
[뉴스클레임]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건강한 나눔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청객이 끼어드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슬픔이 나눠지기는커녕 더욱더 키워진다. 몸집이 커진 슬픔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바라지 않았던 또 다른 죽음으로 바뀌게 된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슬픔에 잠겼고,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치권은 열만 올리는 중이다.
이 와중에 최근 한 온라인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명단을 공개했다.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을 공개 이유라고 말하지만, 유족은 물론 참사 생존자와 국민들은 ‘2차 가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슬픔을 핑계로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만 보였던 참사 명단 공개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을 사칭해 추모공간에서 식사와 현금 등을 후원받은 모자가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모자는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참사 추모공간에서 유족을 사칭해 아들이 참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의류와 현금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들 모자는 유족 행세를 하며 배우 정우성 앞에서 눈물 연기를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이태원역 추모공간을 방문한 정우성에게 “유가족인데 한 번만 해주시죠”라고 말을 했으며, 손을 잡고 통곡을 했다.
이들 모자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고 이득을 취한 부분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도구화하는 모습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각자에게 그럴싸한 이유가 있겠지만, 추모보다 눈앞의 이익을 취득하려는 모습은 결국 유족과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지금은 아픔을 보듬어주고 슬픔에 공감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헤집어야 할 때가 아니다. 이 같은 악용 행위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