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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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지난 9일, 한 시민단체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2주년을 앞두고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었다.

이 단체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12년 지났지만 핵사고의 재앙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후쿠시마에서 잡힌 농어에서 방사성 물질 세슘이 1㎏ 당 85.5Bq(베크렐)이 검출되는 등 해양 생물 오염이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 ‘처리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슬그머니 바꿨다. 오염수 방류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인체나 환경에 대한 우려도 ‘풍평(風評·후효)’이라며 넘기고 있다. ‘풍평’은 풍문이나 소문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라고 한다. 오염수를 끝내 바다에 쏟아버릴 참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올해도 ‘벚꽃놀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가 4년 만에 돌아온 진해군항제에는 벌써부터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4일부터 9일까지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전면 개최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묘한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추첨 벚꽃구경’이었다. 추첨을 통해 3500명만 벚꽃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벚꽃놀이’에 빠졌을까. 5000년 역사 중에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일제는 강제합병 이듬해인 1911년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고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제법 자란 1924년부터 야간에 공개했다. ‘밤 벚꽃놀이’는 이때부터였다.

일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나 벚꽃을 심도록 했다. 관공서, 큰길가, 유원지 등에는 벚꽃이 넘쳤다. 관할관청에서 책임지고 가꾸도록 했다.

당시에는 ‘거부감’도 컸던 듯했다. 작가 염상섭(廉想涉 1897∼1963)은 이렇게 꼬집고 있었다.

“… 요사이 조선에서도 벚꽃놀이가 풍성풍성한 모양이다.… 조선색과 사꾸라색이 어울릴지 나는 명언(明言)할 수 없다.… 벚꽃은 조선의 하늘같이 청명한 자연색에서는 제 빛을 제 빛대로 내지 못할 것이다.… 조선의 유착한 기와집 용마름 위로나 오막살이 초가집 울타리 이로 벚꽃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암만해도 ‘식민 사꾸라’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껄끄러움도 없다. 한일 정성회담을 굴욕외교라고 성토하고 위안부 할머니가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도 ‘벚꽃놀이’만큼은 별개다.

몇 해 전 보도에 따르면, 전국에서 ‘벚꽃’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22개나 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77.3%인 17개는 축제 이름에 ‘벚꽃’을 명기하고 있었다.

아예 ‘일본 원정 벚꽃놀이’까지 즐길 정도다. 여행사들이 벚꽃 투어, 벚꽃 기획전 등의 관광 상품을 ‘특가 판매’로 내놓은 것이다. 일부 상품은 ‘완판’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일본 지진 당시 일본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해주는 보도까지 있었다.

‘사쿠라’라는 벚꽃의 일본어는 우리말 ‘사그라지다’에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활짝 피었다가도 비가 조금만 내리면 곧바로 사그라지는 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사쿠라’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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