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라면값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인하된다. 농심은 내달 1일부로 신라면 봉지면의 출고가를 4.5% 내린다.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내려간다. 삼양식품도 같은 날부터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리기로 했다. 오뚜기와 팔도 등 다른 라면 업체들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라면에서 시작된 제품 가격 인하 방침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정부가 밀가루까지 가격을 낮추라고 기업을 압박하면서 과자와 제빵 제조사들도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이렇듯 업계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고물가 시대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 경제를 안정화 시킬 의무가 있는 정부 입장에선 시민 살림을 위해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는 있다. 다만 정부가 계속해서 가격에 개입하고, 물가 인상 책임을 업계에만 전가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큰 도움이 안 된다.
가격이 낮춰지면 당장에는 우리의 지갑 숨통이 트일 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은 아니다. 출혈을 예상하면서도 정부의 물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같은 가격에 정량을 줄여 팔 수 있다. 무엇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노동자, 즉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수입에 구멍이 나면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지금보다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기업에 이어 노동자, 결국 소비자까지 정부의 가격 압박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가격을 시장에 맡겼을 때보다 부담이 더 커지는 꼴이다.
특히 식품업체들은 정부 물가압박에 어쩔수 없이 출혈 예상하면서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다.
지금 식품업체들은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가격을 유지해라, 혹은 내려라 등 일방적인 당부만 할게 아니라 고물가에 타격이 큰 저소득층을 살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다음에 기업에 물가 안정 협조 요청을 해도 늦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