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막말의 대가’로 유명한 정수동(鄭壽銅)이 어떤 끗발 높은 가문의 ‘양반’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양반을 소개하던 사람이 그의 ‘집안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정수동은 속이 슬그머니 뒤틀렸다. 그래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로군.”
‘사람’이 아니라면 ‘짐승’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상대방이 발끈했다. 하지만 정수동은 태연하게 말했다.
“갓 태어나면 아기씨, 조금 자라면 도련님, 장가를 들면 서방님, 소과에 급제하면 진사님, 벼슬을 하면 나으리나 영감님, 대감님 아닌가. 그러다가 늙어서 죽으면 선대감이 될 것이고. 그러니 언제 ‘사람’ 노릇 해보겠나.”
정수동은 그러면서 한마디 더 보태고 있었다.
“양반이 상놈을 혼낼 때는 ‘네 이놈, 사람이 그럴 수가 있나’ 하면서 호통을 치지 않는가? 그러니까 상놈이 사람이란 말이다.”
정수동은 이렇게 ‘양반’을 비판하고 있었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빠질 수 없다. 김삿갓의 ‘엄청’ 많은 시 가운데 ‘개성인축객(開城人逐客)’이 있다.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았다’는 시다.
“동네 이름이 개성인데, 문은 왜 닫는가(邑號開城何閉門)/ 산 이름이 송악인데, 땔나무는 왜 없나(山名松嶽豈無薪)/ 황혼에 나그네를 내쫓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지(黃昏逐客非人事)/ 동방예의지국에서 너 혼자만 오랑캐다(禮義東方子獨秦).”
김삿갓은 개성의 ‘야박한 인심’을 이렇게 꼬집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비인간’이 하는 짓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김삿갓은 ‘인신공격’을 퍼부을 때도 나름대로 품위(?)를 잃지 않았다. ‘야유(揶揄)’라는 시다.
“해가 뜨면 원숭이가 들판으로 나오고(日出猿生原)/ 고양이가 지나가면 쥐가 죽을 판이네(猫過鼠盡死)/ 저녁이 되면 모기가 처마 밑으로 모이고(黃昏蚊僉至)/ 밤이 찾아오면 벼룩이 설치는구나(夜出蚤席射).”
김삿갓은 자신을 푸대접한 ‘원(元) 생원’을 ‘원숭이(猿) 생원’으로, ‘서(徐) 진사’를 ‘쥐(鼠) 진사’로, ‘문(文) 첨지’를 ‘모기(蚊) 첨지’로, ‘조((趙) 석사’를 ‘벼룩(蚤) 석사’로 한자를 바꿔서 둔갑시키고 있었다. 시의 제목처럼 ‘야유’를 보낸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했다는 보도에 돌이켜보는 ‘욕설의 과거사’다.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의 박인환 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문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럼 간첩한테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대통령은 ‘간첩의 하수인’이란 말인가” 반박하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그런대로 넘어갈 만했다. 그렇지만 ‘간첩’이라는 말은 그 정도가 지나쳤다. 대한민국의 유권자가 ‘간첩’과 ‘간첩 하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유권자 전체를 비하한 셈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뜩이나 막말과 욕설이 그칠 틈 없는 정치판이다. 막말을 하더라도 정수동이나 김삿갓처럼 ‘비인간’이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가다듬을 일이다. 지나친 막말은 막말일 수 없다. ‘독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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