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이 지난달 30일 철원 동송읍 오덕리의 한 농가의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전농 강원도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이 지난달 30일 철원 동송읍 오덕리의 한 농가의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전농 강원도연맹

[뉴스클레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쌀값만 폭락하고 있다. 농민들은 잘 익은 벼를 보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1977년 식량 통계 이래 쌀값이 최저로 폭락한 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쌀값 폭락세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쌀값은 20kg당 44157원이다. 한 가마(80kg)로 계산하면 17만6628원 셈이다. 이는 수확기 쌀값 한 가마당 20만원 이상을 보장한다면서 쌀 생산량을 감축했던 정부와 달리, 11% 수준의 쌀값이 하락한 상황이다. 

추석이 넘기고 10월이 되면 본격적인 벼 베기가 시작되는데, 말 그대로 똥값이 될 판인 쌀값에 농민들은 노동에 지치고, 마음에 지치고, 더는 농사지을 힘조차도 없다고 토로한다. 하다못해 정성껏 재배한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으며 공분을 표출했다. 트랙터 속으로 사라지는 벼를 보며 농민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갈아엎어야 하는데, 왜 논을 갚아엎느냐"라고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곳곳에선 역대급 쌀값 폭락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농민투쟁 선포식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은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 "쌀값 대폭락 사태 책임자 사과" 등을 외쳤다. 

또한 정부를 향해 올해 수확기 쌀값이 최소한 20만원부터 시작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쌀값 하락의 주원인이 정부의 개방 농정에 의해 매년 수입되는 40만8700톤의 쌀뿐만 아니라 각종 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시장에 농산물이 과잉 공급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4차례에 걸쳐 지난해 구곡을 5만톤씩 시장 격리해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방법은 시장에서 전혀 효가가 없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기후재난으로 농사짓기 어려운 현실이 더해지면서 농민 삶은 절벽 앞에 놓이게 됐다. 살고자 하는 이들은 정부가 수확기 쌀값이 최소한 20만원부터 시작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고, 2023년 구곡을 최소 15만톤 이상 즉각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쌀 수입 농업 정책 중단,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농업 정책을 수립하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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