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과 의료대란의 함수관계
[뉴스클레임]
지난 여름, 우즈베키스탄의 루스탐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 머문 기간은 근 한 달 가까이나 됐다. 타슈켄트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그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반년 치 월급 이상을 지출했을 것이다. 담배 한 개비 피우는 것도 아끼는 그가 막대한 지출(?)을 한 것은 막내딸의 눈 수술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눈 수술로 유명한 모스크바행을 권유했지만, 그는 한사코 한국행을 고집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의료기술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비용면에서는 단연코 저렴하지만….”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들 가족은 시간을 내어 서울 인근을 비롯한 부산, 김해 등지를 둘러봤다. 특히 김해는 십수 년 전에 그가 1년 반 동안 일했던 공장이 있는 지역이었다.
“아내와 딸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한국을 무척 보고 싶어했거든요.”
수술을 마친 그의 가족은 경비가 허락하는 최대한 한국에 머물다가 그의 나라로 돌아갔다. BTS를 좋아하는 그의 딸은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것을 강력히 피력했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다.
루스탐 가족의 얘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아마 일반화된 얘기일 것이다. 국수주의에 취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한국은 어느 순간부터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k-의료관광이다.
의료관광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일반관광보다 훨씬 뛰어나다. 외국인 환자 1명 방한 시 평균지출액은 일반 관광객 평균보다 약 1.8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방한 외국인 환자 49만 7000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의료관광지출액 3조 331억 원, 생산유발액 5조 5000억 원 외에 취업유발 인원은 4만 4000명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2027년까지 의료관광객 70만 명을 유치, 생산유발액 8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2020년에 약 115억 6000만 달러(약 15조 원)에서, 2028년에는 535억 1000만 달러(약 7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1.1%나 되는 고성장 산업이다. 이것은 의료부문만 얘기한 것이고, 그에 따라오는 관광수입은 제켜 놓은 수치이다.
이 같은 고성장 산업인 의료관광에 일찍이 주목한 나라들이 많다. 아시아의 경우만 해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등이 의료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의 의료서비스 허브화 정책을 펼치며 의료관광 사업 홍보에 나섰다. 태국도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선진국 대비 아주 낮은 의료비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자국의 관광 서버를 엮어 의료관광 서비스를 개발해 성과를 냈다.
유럽의 경우,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 북아프리카의 경우에는 튀니지 등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가 각광 받는 의료관광지이다.
그러나 의료관광 시장이 만들어지는 나라는 전 세계 약 200개국 중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의료인력과 시설 의료수준 경제 수준 지불체계 등이 모두 갖추어진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다수 국가는 충분한 의료인력과 의료시설이 없거나, 의료시스템의 문제 등을 일으킨다. 이를테면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들은 자국의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미국은 고가의 의료비로 비보험 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런 결핍과 부족 현상이 의료관광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k-의료관광에 주목한 것은 이들 나라보다 다소 늦은 지난 2009년이다. 이 시점부터 외국인 환자의 편의를 위해 사증 발급을 간소화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환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코로나 19 이전 국내 의료관광업계는 승승장구했다. 높은 의료기술력과 폭넓은 의료시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비용이 부각되면서 의료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국경이 막힌 사이 글로벌 의료관광업계 지형도가 바뀐 것이다. 최근 들어 한때 주목받았던 의료관광이 주춤하고 있다. 미용 성형 분야나 해외에서 치료를 포기한 난이도 높은 환자 등으로 국한되고 있다.
의료관광업계에는 바뀐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기존에 이뤄놓은 지위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특히 다수의 국민은 의료대란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가 경제, 그리고 국민의 일자리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의료관광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더 이상 의사와 정부 간의 힘겨루기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의료관광은 틈새시장이 아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며 수요가 넘쳐나는 시장이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세계적이며 많은 병상과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의료대란이란 악재가 발생했다. 더욱이 의료대란이 미래 성장 산업인 의료관광산업의 발목을 낚아챌 수 있는 지점까지 치고 올라왔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리더십이 발휘할 순간은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지점’밖에 없다. 지금은 옳고, 나중은 그르다.
주요기사
- 필리핀 가사관리사 ‘연락 두절’… 한국노총 "정책 방향 재조정"
- 야4당·시민사회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미룰 이유 없어"
- [잡채기 칼럼] ‘꼬마 투자자’도 금투세 면제?
- SPC 파리바게뜨, 두번째 해외공항 입점
- 우아한형제들, ‘첫 내 가게 마련 대출’ 지원자 모집
- LG전자, '글로벌 히트펌프 컨소시엄’ 출범
- 볼보자동차, EX90에 '엔비디아 칩' 탑재
- 대웅제약, '나보타’ 활용 시술 노하우 공개
- 크라운제과-농협경제지주, 아침밥 먹기 상생협력 MOU 체결
- 새마을금고, 착한가격업소 지원
- 삼성-금융감독원-5대 금융지주, '협력회사 ESG 펀드 조성' 업무협약
- 코스피 소폭 상승 출발… 금 사상 최고가 랠리
- 동서식품 오레오, '색다름'으로 소비자 공략
- 한화시스템, 국제기능올림픽 첫 출전 '은메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