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질문을 한 기자는 무례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클레임]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사과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한 기자를 두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에게 무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을 건드리는 질문에 '무례'를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하다.

보통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무례하게 질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있어왔다. 무례하게 질문해 당사자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나오는 반응을 보기도 하고, 그런 반응들이 기사화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의 질문은 전혀 무례하지 않아 보였다. 무례하게 질문을 했다는 언론의 비판도 없었다. 실제 그 기자의 발언을 보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에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 설명 해주실 수 있나"고 물은 게 전부다. 최대한 격식을 갖추되, 해야 할 말은 꿋꿋이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기자의 질문을 두고 국민들도 "돌직구", "사이다"라고 말했다.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주제 넘은 질문을 던진 것도 아닌데 대통령실에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질문도 대통령 심기와 입맛에 맞춰 하라는 말인가.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말문이 막힐 뿐이다.

문제적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에 홍 수석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21일 대변인실을 통해 "정무수석으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정부수석으로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이번 발언과 관련해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건인지 아무런 내용이 없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사과하는 것이냐"라고 질문하며 이 역시도 "무례"라고 할텐가.

지금 여기서 무례한 건 기자, 언론이 아니다. 기자의 질문과 태도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구시대적 인식과 대통령실, 윤석열 정권이다. 더 이상 국민과 언론은 강제적으로 눈과 귀를 막으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 쉬운 것도 자아성찰하지 못하고 또 한번 '입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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