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봄비가 내린다.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성북구 정릉동 757번지 일대는 재개발 지역을 찾았다. 이곳을 사람들은 ‘정릉골’이라 부른다. 봄을 앞두고 ‘모종심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커피와 차 그리고 떡과 과일 양념장에 절인 묵과 주먹밥을 푸짐하게 내놨다.

이날 주민들과 모임을 함께 준비한 노동당 성북지역위원장 신희철 씨는 “날씨만 좋았다면 모종을 함께 심고 가꾸려 했다”고 말한다. 하루종일 바람이 불고 눈을 동반한 진눈깨비가 내리다 그치길 반복했다. 마을이 형성된 것은 ‘이촌향도’로 서울 인구가 늘어나자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한다. 그 후 서울의 개발 정책으로 무허가주택 철거가 시작되자 또 밀리고 밀려 정착한 사람들로 마을이 만들어졌다고 운을 띄웠다.

“여기는 오래전부터 개발하느니 마니 이야기가 있었는데, 당시 산 위에 있다 보니까 고층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4층 이상으로 지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이미 주민들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인근의 미아뉴타운, 길음뉴타운 이런 곳을 겪은 사람들이에요. 주민 열 가구 중의 아홉 가구가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이죠”

곧이어 김우권 대책위원장이 간담회 참여를 위해 부랴부랴 사무실 문을 열고 등장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하여 개발 제한구역이었던 마을에 2009년 9월 공람 공고가 되고, 2011년 서울시는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안이 통과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규제가 풀리자, 평균 4층 높이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되고, 1400세대가량의 연립주택을 만든다는 계획이 나왔다. 2022년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리고 고급 타운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심 속 산자락의 전망을 배경으로 고급 주거 대단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은 말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설계변경을 추진했다. 타운하우스형 개발을 바꿔 아파트를 일부 포함하고 청년 임대주택을 기부채납 하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내 재산 지키기 사랑방’을 만들어 ‘원안’ 설계대로 가자고 요구하고, 조합은 설계변경을 통해 아파트를 짓자는 요구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아직 개발을 둘러싸고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소문들이 무성하게 들려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개발을 둘러싸고 내분이 생긴 것이다. 김우권 대책위원장과 정릉골 주민들은 무엇보다 ‘세입자’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재개발 대상지의 주거세입자는 총 407가구 가량이다. 이 중 주거 이전비를 받은 건 몇 가구 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은 사람들은 정릉골을 떠나야 할 처지지만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자신의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 ‘대책위’를 결성한 것이다.

“저렴한 월세를 내며 살던 마을에 텃밭도 일구고 어울려 살 수 있다 보니 계속 세입자분들이 들어와 살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고도제한’이 풀렸고 다음에 ‘관리처분 인가’가 난 거예요. 2009년 9월에 이후 들어온 미해당자 뿐만 아니라 해당자까지 가리지 않고 세입자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거지만 임대주택 없이 정작 주민이 내쫓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구청은 직접 관여할 수 없다면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주거 이전비·이사비’ 등은 관련 법률에 따라 금액이 책정되어 있지만 250만 원가량 돈을 받고 ‘이주’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릉골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인이 특정 부동산 업자와 손을 잡고 투기 목적으로 들어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를 마친 후 김우권 대책위원장과 마을을 탐방했다. 어느 대문 앞에 다다르자, 이곳에 사는 주민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머니 한 분은 아주 오랫동안 정릉골 주민으로 함께 살았다고 한다. 가정불화로 집을 잠시 떠나 있다가 그 후 마을에 다시 정착했는데 주소를 이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위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주민공람 공고일' 이전부터 살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함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작성해 관을 상대로 여기저기 호소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해당자든 미해당 자든 이곳에서 삶을 유지한 주민이라면 재정착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권 대책위원장은 또 한집이 마을을 떠난 거 같다며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마을의 담벼락 몇 곳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재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각종 생활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대문 곳곳에 철거를 알리는 계고장이 붙어 있어 스산함을 더했다. 하지만 어떤 집은 지붕을 수리한 흔적이 역력했고 담벼락도 새로 단장한 집도 있었다.
주민들은 임대주택과 가수용단지 뿐만아니라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살리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모종을 심기로 한 텃밭에 도착했다.

마침 봄비가 그치고 반짝 햇살이 들어 노란 개나리꽃 위로 쏟아져 내렸다. 눈이 부셨다. 정릉골은 20만 3,965㎡ 면적으로 아마도 전국으로도 큰 재개발 지역이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이후에 다시 모여 ‘모종심기’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민간 재개발이라 책임이 없다는 성북구청과 서울시청을 상대로 1인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여전히 바람이 골목을 할퀴고 가지만 푸른 새싹들의 자취를 막지는 못했다. 아름다운 마을에 숨겨 있는 슬픈 현실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 거 같았다. 왜 우리네 현실은 이다지도 고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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