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 등단 40년 이야기를 이어가다
[뉴스클레임]
희망이 싸졌다. 십여 년부터 공급이 넘치기 시작하더니 가격이 폭락했다. 백화점 명품코너에서 VIP고객에게만 거래하듯 판 적이 있었는데, 이젠 동내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는 희망을 생산하던 지식엘리트들의 담합이 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방송에 나와서 떠드는 자칭 전문가에 의하면 원래 효과는 미미한 것이었는데 드디어 소비자들에게 그 정체가 들통 난 때문이라고도 했다. 우리처럼 평생 희망을 사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야 값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이 없지만, 나는 어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을 겼었다.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소평씨가 선물이라고 준 상자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상한 희망이 한 봉지 들어 있었다. 아마도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비행기로 오는 도중 탈이 난 듯 했다. 준 이도 몰랐지 싶다. 속이 무르고 색깔이 변했는데, 우리나라 썩은 희망과 비슷해 보였다. 그냥 버려야 하나, 준 이를 생각해서 잠시라도 보관해야 하나,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희망이 조금씩 절망으로 변질되어 갔다. 세상 썩는 냄새가 고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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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모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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