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포인트의 설계자들

사진=강진모 편집위원
사진=강진모 편집위원

[뉴스클레임]

과학자들은 5%의 불량 차량이 자동차 대기오염의 55%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중요한 실마리지만 정치인에게는 무의미한 소리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낡은 차들을 압수라도 하게? 소유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일 텐데? 이런 일에 나서려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덕분에 정치인은 점점 탁상공론에 빠진다. 그런 반면에 기업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악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퍼듀파마는 마약 규제가 비교적 느슨하고 범죄 의식이 희박한 마이애미주를 표적으로 삼고 진통제 옥시콘틴을 더 많이 처방할 수 있는 의사에게 로비해, 전체 집단의 문화나 생각을 바꾸는 데 필요한 ‘3분의 1’(매직 서드)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제약회사의 탐욕이 미국을 마약 천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마약문제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수천만이 복용하고도 남을 양의 마약밀수가 주기적으로 적발되는 이유를 사람들은 물론 언론조차 묻지 않는다.

이 밖에도 저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 및 조건과 맞물려 대규모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퍼져나간 사례들을 소개한다. 작은 무질서와 사소한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사고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25년여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티핑 포인트 이론을 다시 고쳐 쓸 용기를 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커녕 인터넷 연결조차 불안정하던 시절에 쓴 이론을 업데이트했다. 글래드웰은 뉴욕시가 이 이론을 치안 대책에 활용해 경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불심검문을 강화했더니, 실제로 범죄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인종차별을 초래했다는 반론이 나오자, 그는 불심검문을 정당화한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런 작가가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맹신자들은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보다 민주사회에 더 해롭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최소한 회의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회의하는 능력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은 막대기를 꼽아도 찍어주는 ‘30%’가 된다. 이처럼 미국의 마약대란은 일부 세력이 어떻게 대규모 전염병을 퍼뜨릴 수 있는 지를 글래드웰은 보여준다. 아이디어와 제품 또는 메시지와 행동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바이러스처럼 무섭게 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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