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미국의 어떤 공화당 의원이 지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을 넣자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내년 건국 250주년을 기념, 250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하고 여기에 트럼프의 초상을 넣자는 ‘트럼프 250달러 지폐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가장 가치 있는 지폐에, 가장 가치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어떤 의원은 100달러짜리 지폐에 트럼프의 초상을 넣는 ‘2025년 황금시대법’을 발의하고 있다. 100달러 지폐에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이 들어 있는데, 트럼프를 그만큼 ‘격상’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지폐에 현존 인물의 초상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 교통국(WMATA)’의 명칭을 ‘워싱턴 광역 접근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당국(WMAGA)’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의원도 있다고 했다. WMAGA의 ‘MATA’를 ‘MAGA’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MAGA’는 알다시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정치 구호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변경하는 법안, 트럼프 생일인 6월 14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법안, 사우스다코타의 러시모어산에 트럼프의 얼굴을 조각하는 법안 등도 발의되고 있다.
마치 ‘아첨 경쟁’이다. 손바닥을 지나치게 비벼대는 바람에 지문이 닳아서 없어지고 실핏줄이 드러날 정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폐의 대통령 초상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한국은행이 1956년 발행한 ‘500환’짜리 지폐의 한가운데에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것이다. 초상을 왼쪽이나 오른쪽에 넣었다가 한가운데로 디자인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이승만 지폐’가 문제를 일으켰다. 대통령 초상이 두 쪽으로 잘리거나, 절반으로 접혀서 마모된 돈이 적지 않게 나돌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독재자 이승만’을 욕보이기 위해 초상을 일부러 한가운데에 넣었다는 소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승만 독재’가 싫은 사람은 초상의 얼굴을 일부러 절단했다가 다시 붙여서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부(國父)’인 이승만의 ‘용안’이 찢어지거나 접히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불경(不敬)’이었다.
한국은행은 500환권 도안의 교체를 조폐공사에 긴급 의뢰해야 했다. 1958년, 초상을 오른쪽으로 배치한 새 돈을 다시 찍어낸 것이다.
이랬던 ‘대한민국 지폐의 과거사’를 알게 되면, 달러에 트럼프 초상을 넣자는 주장이 좀 껄끄러울지 모를 일이다. 미국에도 트럼프가 싫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충성심을 과시하려던 의원은 되레 ‘찍힐’ 수도 있다.
신하에게는 유형이 있다고 했다.
임금의 명령을 따르면서,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을 순(順)이라고 했다. 임금의 명령을 따르되, 이익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을 첨(諂)이라고 했다. 아첨하는 신하다.
임금의 명령을 거스르면서,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했다. 명령도 거스르고, 이익도 되지 않게 하는 것을 찬(纂)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신하는 충(忠)이다. 또는 순(順)이다. 첨(諂)이나, 찬(纂)이 많으면 나라꼴이 한심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