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
보건의료노동자 절반 이상 폭언·폭행·성폭력 경험
"노동자 법·제도적 보호 조치 마련 필요"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보건의료현장에서 폭언, 폭행, 성폭력 등 각종 폭력 피해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클레임DB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보건의료현장에서 폭언, 폭행, 성폭력 등 각종 폭력 피해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 6일부터 24일까지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되어 있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4903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했다. 실태조사 내용은 임금현황,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보건, 의사 인력현황, 진료지원업무 인력 현황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현장과 노동 현장, 노동자들의 최소한 요구 등을 살펴보고 정리해보았다.

보건의료현장에서도 폭언, 폭행, 성폭력 등 각종 폭력 피해 수준이 심각하다. 일상화된 폭력 등은 의료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과 전체 보건의료 서비스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폭언, 폭행, 성폭력을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가 55.7%에 달했다.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노동자 중 72%는 ‘참고 넘겼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93%가 ‘기관으로부터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폭언, 폭행, 성폭력으로부터의 보건의료노동자에 대한 예방과 조치에 있어 병원 등 기관 차원의 책임과 역할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의 법·제도에도 한참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 집중 직군인 간호직과 간호조무직 피해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폭언·폭행·성폭력 경험 여부를 분류해보면, 여성의 경우 폭언·폭행·성폭력 경험률은 각각 59.8%, 12.7%, 8.4%로, 폭언과 폭행은 남성의 약 2배, 성폭력은 약 3배가량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 내 성별 권력 구조가 폭언·폭행·성폭력 상황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며 "통상근무자에 비해 교대근무자와 야간전담노동자의 폭언·폭행·성폭력 경험률이 높다는 응답 결과는 근무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상황 인지가 어렵고, 폭력 상황 대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야간노동에 대한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폭언·폭행·성폭력에 대한 대처는 사실상 무방비에 가까웠다. 피해 발생시 대응 방식은 대체로 참고 넘기거나(폭언 75.5%, 폭행 61.2%, 성폭력 66.4%) 주변에 하소연, 의료기관 내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직장 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요청, 법적 대응 또는 외부의 제도적 장치에 요청하는 등 의료기관 내외의 폭언, 폭행, 성폭력 피해에 관한 제도적 절차의 활용은 모든 피해 유형에서 극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또 90% 이상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휴식 제공, 가해자 분리, 상담 지원 등의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인력 여유가 부족하거나 업무량이 과중한 기관일수록 이러한 조치를 실제로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정부의 소극적 태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됐다.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언·폭행·성폭력에 대해 실태조사나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최근 1년 내 폭언·폭행·성폭력 경험자 대상 가해자 조사 결과, 환자·대상자가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이어 보호자(폭언 26.5%, 폭행 9.5%, 성폭력 9.9%)로 꼽혔다. 

노조는 "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 등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부합하는 의료 현장의 변화를 대비한 보건의료산업 특성에 적합한 최근 발의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과 같은 노동자 법·제도적 보호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확보가 곧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를 공공의 안전과 건강권의 문제로 인식해 정부와 기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개입과 예방 및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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