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6% "주4일제 근무 필요"
10명 중 3명 "육아휴직 등 사용하지 못해"

[뉴스클레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 6일부터 24일까지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되어 있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4903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했다. 실태조사 내용은 임금현황,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보건, 의사 인력현황, 진료지원업무 인력 현황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현장과 노동 현장, 노동자들의 최소한 요구 등을 살펴보고 정리해보았다.
지난 2023년부터 주4일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보건의료노동자는 퇴사율이 최대 8.8% 감소했다. 건강상태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친절건수, 행복도, 일과 삶의 균형, 여가활용, 직장생활만족도 등 모든 지표에서 주5일제 보건의료노동자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주4일제를 시범 실시한 병원 현장의 사례를 보면 노동조건 개선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현장의 인력난 해법으로 '정년 연장'보다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며 '주4일제 도입'을 촉구했다.
'2024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4일제 근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5.6%에 달한다. 주4일제가 필요한 이유로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줄어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제도 확대와 주4일제 도입 등 근무여건이 개선되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변할 것 같은지에 물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이 변할 것 같다는 응답은 '69.4%'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일-생활 양립이 되지 않는 노동조건과 강도 높은 근무 환경으로 인해 보건의료노동자가 이탈하게 된다면,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보건의료노동자가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곧 환자가 받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육아휴직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과 노동시간 단축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 부족으로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어서'가 24.2%로 나타났다. '인사상 불이익이나 배치전환 등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어서'는 21.1%였다.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전환 요구도 사용하지 못한 비율이 79.1%에 달했다. 30대 보건의료 노동자의 비혼율은 국민 30대 평균보다 8.0%p 높았다. 노조는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병원 현장에서 육아휴직과 노동시간 단축, 쉬운 업무 전환을 시행할 경우 동료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혼, 출산 등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중대한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또한 현재 직장 근무 기간이 길수록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차 이하는 10명 중 8명이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 반면 16~20년 차는 10명 중 7.5명, 21~25년 차는 10명 중 7명, 26~30년 차는 10명 중 6명, 31년 차 이상은 10명 중 5.3명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대 사유로는 '환자 안전 우려'(26.9%), '젊은 세대의 업무 부담 가중'(22.3%) 등이 꼽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년 연장 이유는 안정된 노후 준비가 61.9%로 가장 많았으며, 현재 직장에 대한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정년 연장에 대한 긍정 상대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년연장에 찬성한 보건의료 노동자 대다수는 실제로 정년연장을 적용받기 어렵다"면서 "보건의료 노동자 총 근속기간의 중간값은 8년 차, 현재 직장 근무기간 중간값은 7년 차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강도 높은 근무 환경으로 인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을 넘어 보건의료 직종 자체를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해법으로 '주4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주4일제는 보건의료노동자가 현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노동현장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병원 사업장도 주4일제 시범사업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제안하며, 정부에도 보건의료현장이 주4일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