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내어주고 15% 관세를 얻는다고 자랑스러운가? 자동차 관세를 15%로 얻었다고 자랑스러운가? 원래 한미 FTA로 자동차 관세는 0% 였다.
결국 350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대미 투자 금액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확정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고 국내 일자리를 위협할, 실로 치명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요구에 너무나도 쉽게 휘둘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U는 60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액면가만 보면 한국의 3500억 달러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경제의 약 2배, EU는 무려 11배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단순 비례로 따져도 일본은 7000억 달러 이상을 약속해야 균형이 맞는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일본보다 더 가혹한 잣대가 들이대졌다. 이것은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며, 명백한 '호구 잡기'다.
대체 어떤 논리로 3500억 달러라는 숫자가 합리화될 수 있는가? 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왔다. 이는 미국 경제 안보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데도 경제 규모를 무시한 채 또 다시 과도한 투자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진다.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쐐기를 박는 꼴이다.
도대체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냈는가? 트럼프의 강경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앞에서 한국의 국익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며, 우리는 스스로 경제적 자율성을 포기했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 일방적인 굴복이다.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성과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국익을 내다보지 못한 무능의 극치다. 아니, 어쩌면 무능을 넘어선 무책임이라 비판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번 결정의 파급력을 직시하고, 향후 미국의 추가적인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단호히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확정된 투자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호구'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스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다. 3500억 달러는 단순한 투자 금액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저당 잡힌 어리석은 결정의 상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