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사진=SNS

‘놀금’의 시대가 올 수 있는 걸까. 주4일 근무제가 20대 대통령 선거 의제로 떠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주4일제 공약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주4일제 추진본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장기적으로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주4일제, 노동시간이 단축된 사회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주4일 근무제를 즉각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세계적으로 주4일제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뉴스클레임>은 주4일 근무제 도입으로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이에 따라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한때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악으로 ‘개그콘서트 클로징 음악’이 꼽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그 코너를 보며 신나게 웃다가도 클로징 음악이 나오면 주말이 끝났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또 다시 출근-퇴근 루트를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울감이 안 들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 현상을 ‘월요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월요병’이 없는 직장인을 찾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하나같이 출근 걱정을 하고, 퇴사하겠다는 말을 기계처럼 반복한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선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쉬게 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잡코리와 알바몬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0명 중 88명은 주4일 근무제에 ‘찬성’을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는 주4일제에 대한 찬성이 51%, 반대가 41%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에 비해 20대와 30대 찬성 의견이(70%) 높았다. 조사 대상 응답자들은 추가 휴일이 생기면 ▲건강관리(37%) ▲취미생활(36%) ▲여행(32%) ▲자기계발(27%)을 하겠다고 답했다. 

몇몇 기업들은 현재 주4일제 실험을 하고 있다. 교육기업 에듀월은 지난 2019년부터 주4일제를 시행 중, 평생교육기업 휴넷은 이달부터 주4.5일제에서 주4일로 확대한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는 매주 금요일 오후 ‘B.I+’(비아이 플러스, Break for Invention Plus)를 시행, 4.5일만 일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4일제가 화두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각) 미국 CBS방송은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이 같은 당 의원 13명과 공동발의한 ‘주32시간 근무법’이 같은 달 7일 미 의회 진보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타카노 의원의 법안은 주당 근무시간을 총 3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 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시간당 근무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1938년 시행된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표준근로시간을 현행 주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것. 타카노 의원은 주3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닌 32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주4일제를 반기는 건 아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규직·비정규직이 각각 67%, 51%로 주4일제에 대해 찬성 의견을 보였지만, 자영업자는 61%가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또 ‘임금 감소 여부’에 대해선 반대가 64%, 찬성이 29%로 나타났다. 

경영계 역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공통적으로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임금은 낮아져 정작 노동자에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주4일제의 달콤한 가면을 찢으면, 임금삭감과 함께 기업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당연하게 예상된다”는 입장을, 홍준표 의원은 “프랑스 등 유럽 같은 경우는 주4일제를 일부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 전반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이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체 활성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신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화 시기 파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시간의 정치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산업재해와 노동자 건강과 삶의 질 등 노동시간 규율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4일제는 임금과 노동, 업무시간과 생활방식 전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정책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시작”이라며 “주4일제 실험은 노동시간 단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생산의 과정과 생활방식, 사회적 관계까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