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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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희망에 부풀어보는 날이다.

정부는 올해 설을 앞두고도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돈을 많이 풀고, 직접일자리 사업을 통해 60만 명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전통시장 상인에게는 1000만 원 한도로 성수품 구매대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농축수산물이나 농축수산가공품 선물에 대한 ‘김영란법’ 허용 가액도 상향하겠다고 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협력기업에 납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앞당겨서’ 지급하고 있다. ‘상여금’도 대부분 작년 수준만큼 지급하고 있다.

연휴 기간에 고향을 찾는 귀성도 작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0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6%가 ‘귀성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36.6%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인 이상 기업 512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3.9%가 올해 설 경기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하고 있었다. 경기가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36.3%인 반면, 개선되었다는 답변은 9.8%에 불과했다.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느끼는 설 경기는 여전히 ‘별로’다.

그래도 ‘민족명절’이다. 주머니 홀쭉한 서민들도 할 게 있다. 설날에 떡을 돈처럼 동그랗게 썰어 넣은 ‘돈 떡국’을 먹으면서 재물이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리만족’이다.

조선 정조 임금 때 유득공(柳得恭)이 쓴 ‘경도잡지’에 그 떡국 만드는 법이 나온다.

“멥쌀로 떡을 만드는데, 떡메로 치고 손으로 비벼서 한 가닥으로 만든다. 그리고 굳어지면 돈처럼 얇게 가로로 썬다. 이것에 물을 붓고 끓이다가 꿩고기, 후춧가루 등을 넣는다.…”

만둣국도 다르지 않았다. 양쪽 귀를 오므려서 동그랗게 빚은 만두를 떡국에 넣어서 먹었다. 그 모양이 옛날 화폐인 말굽은(馬蹄銀)과 비슷했다. 만둣국 역시 돈과 재물을 기원하는 음식이었다.

새해 덕담(德談)도 돈과 무관하지 않았다. ‘동국세시기’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친구나 젊은 사람을 만나면 올해는 과거에 합격하시오, 부디 승진하시오, 아들 낳으시오, 재물 많이 모으시오 하는 등으로 처지와 환경에 맞는 말을 해준다. 이를 덕담이라고 하는데, 서로 복을 빌고 축의(祝意)를 표시하는 말이다.…”

‘진짜’ 임인년(壬寅年) 새해는 설날부터라고 할 수 있다. 서민들은 올해 설날에도 ‘돈 떡국’, ‘돈 만둣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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