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狡)’라는 동물이 있다. 옥산(玉山)이라는 곳에 사는 동물이다.
생김새는 꼭 개처럼 생겼지만, 온몸에 표범 무늬가 있다. 머리에는 소뿔이 달려 있다. 그러니, 한마디로 표현하면 괴상하게 생긴 동물이다. 괴물이다. 울음소리는 개와 비슷하다.
‘교’가 나타나면 나라에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교’는 사람들이 반기는 동물이다. 누구나 나타나주기를 기다리는 동물이다. ‘교’는 길조(吉兆)의 상징이다.
그렇지만 ‘교’는 교활한 동물이다. 나타나는 듯싶다가도 끝내 나타나지 않는 동물이다. 사람들의 애만 태우는 동물이다. 그 때문에 본 사람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따라서 상상 속의 동물로 간주되고 있다.
‘활(猾)’이라는 동물도 있다. ‘활’은 요광산(堯光山)에서 사는 동물이다. ‘교’의 친구로 알려져 있는 동물이다.
‘활’의 생김새는 마치 사람이다. 사람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몸뚱이만 사람이지, 온몸에는 돼지털이 숭숭 나 있다.
‘활’이 울면 도끼로 나무를 찍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활’ 역시 ‘교’만큼이나 괴상한 동물이다. 괴물이다.
‘활’이 나타나면 천하에 대란(大亂)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람에 사람들은 ‘활’을 무서워한다. ‘활’은 흉조(凶兆)의 상징이다.
다행스럽게도 ‘활’은 동굴 속에 숨어서 산다. 겨울잠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활’은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이다.
게다가 ‘활’은 동물치고는 대단히 꾀가 많다. 사람을 잘 속인다. 둔갑도 잘하는 동물이다. ‘활’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어서 ‘활’도 상상 속의 동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교’와 ‘활’은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떨어져 살면서도 어쩌다가 합치기도 한다. ‘교’와 ‘활’이 합쳐서 ‘교활’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길을 가다가 ‘백수의 왕’인 호랑이와 마주칠 때도 있다. 웬만한 동물이면 호랑이를 만나면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게 정상이다. 호랑이에게 당할 동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와 ‘활’은 다르다. 도망은커녕 오히려 몸을 똘똘 뭉쳐서 공처럼 둥그렇게 만든다. ‘전투모드’로 돌입한다.
그리고 호랑이가 단숨에 삼켜버리겠다고 입을 쫙 벌리는 순간을 노려서 스스로 호랑이 입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러면 그것으로 ‘상황 끝’이다. 호랑이 몸속에서 내장과 살을 마구 잡아 뜯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그 고통을 견딜 수가 없다. 길길이 날뛰다가 쓰러지고 만다.
‘교’와 ‘활’은 그러고 나서야 호랑이 몸속에서 유유하게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교활하게 미소를 짓는 것이다. ‘교활’은 이렇게 무섭다.
‘호랑이해’에 돌이켜보는 ‘교활한 이야기’다. 사람도 ‘교활’을 닮으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