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년 전 세월호가 고향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날. 젊은 날 겪은 ‘광주 5.18 민중항쟁’과 더불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일. 벌써 8 주기라니….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글 쓰는 사람으로서 꼭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소설집 ‘눈동자’는 그런 생각의 소산들이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내가 해야 할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눈동자'에 수록한 소설들은 오로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된 것들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소설 청탁이 오면 세월호 이야기만 썼다. 다른 이야기는 써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최소한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정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러나’이다. 어이없는지고!
지금 대한민국이 위태위태하다. 독일 태생 미국 철학자인 마르쿠제가 ‘희극으로 반복 되는 것이 원래 비극보다 훨씬 더 끔찍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희극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끔찍한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질는지….
신동엽 시인은 4월을 두고 ‘껍데기만 가라’고 하지 않았다. 아예 ‘사월은 갈아엎는 달’이라며 환골탈태를 부르짖었다. 몇 십 년 전의 시가 시대와 상황을 달리하여 지금도 현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불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 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 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사월은 갈아엎는 달’ 부분/신동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