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박상률 작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선생에 대해선 글과 책 인연 말고는 없다. 하지만 내가 독서 강연 때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이외수 선생이 하신 말씀이라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선생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은 이들도 선생을 잘 알아본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에 예사롭지 않은 모습으로 자주 나오셨기 때문. 그래서 선생을 알아본 어떤 사람이 물었다.

“저는 책을 안 읽어도 직장 다니고 일 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주위 사람들이 책 안 읽는 걸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자꾸 압박을 해요!”

이외수 선생이 맞장구를 쳤다.

“잘 하고 있는데 굳이 책 읽을 필요가 있을까? 압박 받지 마!”

그 대답에 신이 난 그 사람은 한 술 더 떴다.

“그죠? 잘 하고 있죠? 책 안 읽어도 일만 잘 하면 되죠?”

근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이외수 선생이 잔기침을 몇 번 한 뒤 태연스레 말씀하셨다.

“내가 개도 키워보고 닭도 쳐보고 염소도 길러봤는데 걔들이 책 안 읽데. 걔들은 배 고프면먹고 졸리면 자더군. 그러니까 자네도 책 읽기 싫으면 안 읽어도 돼!”

졸지에 책 안 안 읽는 걸 자랑삼아 얘기하던 이는 짐승과 동격으로...

이외수 선생이 어떤 글에서 언급하신 건 짐승들은 책을 안 읽는다는 얘기였다. 나는 사람만이 책을 읽는 이유를 이외수 선생을 등장 시켜 한 편의 콩트처럼 짜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향 진도의 진도개가 영리하긴 영리한데. 진도개도 책은 안 읽는다. 학교 관사에 사는 개는 애국가에 맞춰 목소리도 내고, 마을 뒷산의 노루도 잡아두고, 심부름도 곧잘 하고, 마을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면 개다리 춤도 추는 진돗개도 책은 안 읽는다. 책은 사람만 읽는다. 그러면 사람은 왜 책을 읽어야 할까? 나는 독서 강연 때 그 이유를 90 분에 걸쳐 이러쿵저러쿵...

이외수 선생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90년대 초에 나온 ‘벽오금학도’. 그 얼마 뒤, 인연 있어 이런 저런 일을 보던 출판사에서 ‘감성사전’을 냈다. 선생은 20 세기는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면, 21 세기는 감성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보았다. 그 얼마 뒤 화천에 ‘감성마을’이 들어서는 걸 보았다.

‘감성사전’과 얽힌 추억 하나 더는 선생의 모든 저작물을 큰 출판사로 모아 다시 내면서도 ‘감성사전’은 30년 가까이 예전 소규모 출판사에서 그대로 내게 하는 것. 선생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성’이 들어간 책을!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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