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5분 대기조’라는 게 있다. 여성 독자들은 반가워하지 않을 만한 군대 이야기다. 다행인 것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아니다. 5분만 출동해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에서 ‘5분 대기조’다.
군대에서 5분 대기조는 통상 대대급에서 운영을 한다. 24시동안, 심지어 취침하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에도 5분 대기 벨이 울리면 분대원들은 각자 “5대기 비상”을 외치며 신속하게 배정된 5분 대기 군용차량에 탑승한다.
간혹 석식이 끝나고 개인정비 시간에 얄궂은 일직사관이 5분 대기 비상을 거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비상임무를 부여받은 5분 대기조 역량에 맞지 않게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개인정비 시간이니만큼 샤워를 하거나 전투화를 벗어놓는 일이 잦은데, 그런 상황에서 5분 대기 벨이 울리니 당연히 최종 임무 수행이 어렵게 된다. 엉망인 꼴을 보며 일직사관은 시간을 잰 다음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한 5분 대기조를 나무란다. 일장훈시 속에는 5분 대기조가 아니라 개판 5분조라는 꾸지람도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정책발표가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군대도 아니고 정부에서 이러고 있다니, 씁쓸함이 절로 든다.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직 개편 내용이 확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서울 용산 청사로 출근하던 도중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추경호 부총리가 노동부에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관계자도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은 새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한 브리핑이다. 아직은 의견 수렴 과정이고 최종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쨌든 간에 윤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식 브리핑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건지 아니면 국민 여론을 읽고 말을 바꾼 건지 모르지만,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혼란을 줬다는 점에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소통’을 강조했으면서 서로 소통이 안 돼 어긋난 꼴을 보고 있자니 말 그대로 ‘개판 5분 전’이라는 말이 어울리기까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