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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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1960년대에 “걸어서 가자”라는 노래가 있었다. 방송국이 만든 ‘캠페인송’이었다. 많이 유행했던 노래다.

3절로 된 노래의 1절은 이랬다.

“상쾌한 아침이다, 걸어서 가자/ 너도 걷고, 나도 걷고 걸어서 가자/ 걸으면 건강하다, 걸어서 가자/ 상쾌한 아침이다, 걸어서 가자.”

아이들은 이 노래를 ‘개작’해서 응얼거렸다.

“걸으면 지각한다, 뛰어서 가자/ 뛰어도 지각한다, 버스 타고 가자/ 버스 타도 지각한다, 택시 타고 가자/ 택시 타면 돈 많이 든다, 걸어서 가자.”

지하철이라는 건 없던 시절이었다. 서울 시내에는 지하철 아닌 ‘전차’가 달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주요 교통수단은 ‘버스’였다.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버스였다. 학생들은 등하교 때 버스였다. 그 바람에 버스는 ‘초만원’이었다.

버스 ‘안내양’은 승객을 짐짝처럼 밀어 넣었다. 승객이 너무 많아서 버스의 출입문을 닫지 못한 채 ‘개문발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였다.

그 때문에 사고도 적지 않았다. 그런 시절에 등장한 ‘걸어서 가자’ 캠페인이었다.

서울시가 ‘지옥철’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에 ‘커팅맨’을 배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돌이켜보는 ‘걸어서 가자’ 노래다. ‘커팅맨’이 등장하면, 지하철을 타려다가 ‘커트’ 당하는 시민이 상당히 많을 것이고, 결국 ‘걸어서’ 가는 게 속 시원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팅맨’은 처음 등장하는 게 아니다. 10여 년 전에도 있었다. 2008년 6월의 ‘과거사’를 검색하면 알 수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호선 강남구간(신도림역→강남역) 4개 역에 승하차 질서 도우미, 일명 ‘커트맨’을 시범 투입했다. 67명의 커트맨은 혼잡도가 가장 심한 신도림역과 사당역, 서울대입구역과 교대역에, 오전 7시30분∼9시30분 사이에 각각 투입되었다.”

그랬으니 당시에는 ‘커트맨’이었다. 똑같은 명칭이 좀 ‘거시기’했는지 이번에는 ‘커트’에 현재진행형인 ‘ing’를 붙여서 ’커팅맨‘이 되고 있다.

‘커팅맨’이 활약하면, 이른바 ‘골병라인’에서 어린 소녀가 숨이 막혀 쓰러지는 등의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지하철을 놓치는 월급쟁이도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커팅맨‘이 출입문 앞에서 효과적으로 ‘커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개작’한 노래처럼 ‘지각사태’가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서울시는 수상버스인 ‘리버버스’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 ‘리버버스’도 ‘무료’일 리는 없다. 본격적인 운항도 ‘1년 이내’라고 했다. 그러니 걷는 게 ‘상책’일 것이다.

예전에는 지하철에 ‘커트맨’이 아닌 ‘푸시맨’이 있었다. ‘푸시맨’은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뒤에서 등을 떠밀어주고 있었다. 불편하더라도 조금씩이라도 틈을 열어서 함께 가자는 ‘푸시맨’이었다.

그 ‘푸시맨’이 ‘커트맨’, ‘커팅맨’으로 바뀌고 있다. 승객을 한 명이라도 떨쳐버리려는 것이다. 함께 가면 좁아서 껄끄러우니, 남을 밀어내고 혼자 가야겠다는 ‘커트’다. ‘커탱맨’은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세상을 더욱 확실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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