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은 전국 교사들의 마음을 펄펄 끓게 했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우는 아이 뺨을 친 격이다.
휴가와 주말도 반납한채 교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사망 교사의 진상규명과 교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는 사이 또 웹툰작가 주호민씨에게 불똥이 튀었다. 해당 교사와 주호민씨가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언론과 여론은 그들을 이용, 클릭장사로 활용했다.
누구의 자잘못이라기보단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돼버렸다.
관련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겉핥기 식 으로 보도하는 언론과 굳이 자잘못을 가려 여론 재판에 회부하는 선동가들이 가장 문제다.
지난 7일 부모연대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들이 있었다.
언론이 여론 재판의 길라잡이로 활용되고 이 때문에 정작 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가려지고 주호민씨와 특수교육 교사 등만 더 억울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간 교육부는 학교 내 문제를 교사-학부모 간 갈등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들 입장에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업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편해서다. 일종의 책임전가 같은 것인데, 결국 피해는 당사자들 몫으로 돌아온다. 당사자들은 교사나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다.
물론 교육부의 상황도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교육현장에서 시비비비에 따라 누군가의 자잘못을 가려서 집행하기는 어렵다. 학교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일반 변호사들보다 적은 이유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교육부도 한심하다.
강 건너 집이 불에 타고 있는데, 구경만 한다. 본인들의 집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른다. 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만 되풀이 한다.
유독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진심이다. 전쟁이 나도 학원은 끊지 않을 것이라는 우스갯말도 나온다.
학교에선 선생들이 대놓고 선행학습을 부추긴다. 왜 학원 안 보내느냐고. 또래 애들은 이미 2~3학년을 앞서가고 있다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는다.
선생들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잘 했으면 하는 부모의 질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는 한계가 있으니 학원을 보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또래 아이들 중 자신의 아이가 뒤쳐지면 애가 탄다. 이 때부턴 자식이고 뭐고 없다. 자식은 그저 남의 자식과 비교 대상이 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개개인별 특성에 따른 성적 차이가 차별로 바뀐다. 교사들이 교육부에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진짜 문제는 학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최고가 돼야 한다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모두가 다 최고인 세상에 어떻게 사냐. 숨 막혀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스스로 목을 죈다. 처음엔 자신들의 목을, 그 다음엔 교사의 목을, 마지막엔 아이의 목까지 틀어쥐고 사지로 몬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이민을 선택한다.
자식들이 태어나서 꼭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옛말에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태어났으니 뭐라도 하겠지 하면 그것만큼 불안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밤낮으로 학원 돌리고, 그것도 모자라 무언가를 더 하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 학원 경영자들만 배불려지고, 학군과 학원 사이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우리 아이 뭐라도 더 하게 해줄 안타까운 부모는 꼽등이가 되도록 일 한다. 맞벌이에 부업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화가 많아지고, 분노지수와 짜증지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런 현실에 지금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알콩달콩(?) 산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마포대교에 난간에는 오늘도, '숨 좀 쉬자' '살자'라는 글귀들이 선명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매일 죽기 살기로 사는 한국민들인데, 삶의 만족도는 죽기 살기보다 못하다.
무슨 말로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오늘도 힘내라는 말로 대신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