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뉴스클레임]

'툭' 던져준 먹잇감에 모두가 달려들었다. 이 먹이를 줏어먹어선 안 된다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먹금'을 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시선 돌리기'는 성공했다. 분노의 화살도 다른 쪽으로 향했다.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슬그머니, 조금씩 뒷걸음질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은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을 앞두고 손흥민 등 선배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논란 때문이다. 이강인은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다. 

불화설에 대해 일정 부분 시인했으니, 이강인에게 분노를 퍼붓어도 되는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논란에 대한 분노는 선수들을 보호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로 먼저 향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이번 논란으로 축구팬과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 때문이 아니다.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했는데, 알고 보니 선수들 간 갈등이 경기력을 떨어뜨렸고, 이 사실이 보호 하나 없이 모두에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 큰 실망을 안긴 건 선수들을 방패로 삼은 대한축구협회와 감독의 태도였다. 

논란이 터졌을 때 대다수 축구팬들은 이렇게 말했다. "협회가 선수에게 비난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 선수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정몽규와 클리스만을 살리겠다고 선수들을 방패로 삼고 있다. 팀내 불화가 있었다고 해도 결국 그 책임은 이를 방임한 무능력한 감독과 그를 데려온 협회에 있다. 협회와 감독도 논란의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언제나 뒷짐지고 있던 협회가 선수들을 불화설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했다. 팀 내 불화를 조정하고 선수들을 보호하는 게 협회의 역할인데, 나설 때와 안 나설 때를 구분 못 하고 이런 사달을 만들었다. '협회부터 두드려 맞아야 한다'는 비난이 안 붙을 이유가 없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도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 자리이기에 무게를 갖고 대표답게 행동해야 했다. 하지만 잘 따져봐야 한다. 누구의 입방정으로 한국 축구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지. 한 호흡만 비켜서서 보면 선수들간의 다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들끼리 갈등을 잘 풀고 경기를 뛰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자기 살겠다고 비난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며 무능의 끝을 보여준 협회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것이 맞다. 감독 한 명 경질했다고 한국 축구의 분위기가 바뀔 리 없다. 신뢰를 회복하고 팬들과 하나 된 한국 축구를 만들기 위해선 협회를 비판해야 한다. 협회부터 쇄신해야 온 국민이 다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다. 협회에 분노의 화살이 꽂힐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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