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지난 2017년 발생한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 영화에선 한국사회의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현장 상황은 달라졌을까? 영화를 보며 더는 소희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을까? 끔찍하게도 현실은 더욱 참담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에겐 '악성민원 대책에 콜센터 노동자들은 소외됐다'는 박탈감이 여전하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우리는 욕받이가 아니다"라며 악성민원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한 현실을 들어보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다. 성대 결절이나 감기로 목소리가 안 좋으면 "그 목소리로 무슨 상담을 햐나", "상담사 자질이 없으니 그만둬라" 등 각종 민원이 날아온다. 아무 말 못하고 이를 듣고 있어야 하는 노동자는 마음이 피폐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져 의욕이 없어진다고 토로한다.
여기서는 인격모욕적인 발언도 기본이다. 안 되는 행정적인 제도를 가지고 고집부리며 "해달라", "거기 앉아서 대체 하는 게 뭐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한다. 응대 불가한 내용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불가안내 시 민원제기를 하고 원청으로 찾아가겠다며 협박하는 것 역시 일상이다. 콜수가 실적인 상담원에게 일부러 전화를 끊지 않으며 억지성 협박을 하는 민원인도 있다. 고객 폭언 등으로 자존감이 떨어질 정도로 마음이 상해도 상담을 잘못했다는 이유와 팀장이 아웃콜을 나갔다는 이유로 도리어 점수가 차감되기도 한다.
실제 공공운수노조가 콜센터 노동자 7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희롱 101명(12.8%) ▲폭언 617명(77.9%) ▲장시간 응대 720명(90.9%) ▲업무와 관련 없는 민원 432명(54.5%) ▲반복민원 476명(60.1%) ▲보복성 행정제보 119명(15%) 등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민원으로 인한 콜센터 노동자가 직면하는 것은 ▲직무 스트레스 증가가 9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자존감 하락 78.7% ▲업무 몰입 및 효율성 저해 76.8% ▲이직이나 사직 고려 55.4% ▲수면 장애 43.1% ▲동료직원이나 민원인 대면 어려움 24.3%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 17.5% 순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 2일 '악성미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악성민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동자들은 오늘도 모든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악성민원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호소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다시 보며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왜 현장에선 무용지물인지 살펴봐야 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한 일터를 위해 악성민원에 대한 보호대책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