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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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 강연 시간엔 할 수 없지만, 다른 때엔 말을 하기가 싫다. 절집의 不立文字 直指人心의  경지에 이르러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런 경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냥 맬겁시 싫다. 혀농사를 짓고 살아야하는 나로선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지만, 글농사 지을 때에라도 말을 덜 하고 살려고 애쓴다. 그러기에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독자들을 지루하게 하려면 작가가 전부를 말해버리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는 ‘작가가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을 터.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학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헤시오도스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네. ‘독자가 권태를 느끼게 하는 비결은 작가가 아는 모든 진실을 다 떠벌려버리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위대한 작가는 다량의 사상을 드러내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다 맞는 말씀이다.

이러한 말들 모두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늘 들먹이는 말은 작가는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에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근데 지금은 해야 할 말을 하기도 싫고, 말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애쓰기도 싫다.

나라 꼴이 하도 엉망이라 무엇에 대해 먼저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는 비결은 모든 주제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이다’고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말했다는데, 모든 주제에 대해 떠들어대는 이들이 너무 많다. 언제까지 이런 이들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막말이거나 거짓말이더라. 여러 해 전 낸 내 시집을 뒤져보니 보니 그때도 그런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더라.

   어렸을 때 촌로들한테  들은 말 하나. (...)
   “조물주가 사람을 맹글 때 입을 젤 난중에 맹글었는디, 가죽이 쪼 깐 부족했디야. 그려서 입을  터진 채로 헐 수 없이 기냥 뒀다는구만.  똥구녁도 주름지게 맹글어 잘 닫히게 했음시롱….”
   이 말은 막말을 하는 입은 똥구멍보다 못하다는 뜻 아닌가?
   (...)
                                                            -졸시 ‘막말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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