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 빈민 장애인 정책 요구안

[뉴스클레임]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동자동의 모습.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동자동의 모습.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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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동자동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쪽방이 그렇듯 커다란 건물 뒤의 미로 같은 골목 속에 가려져 있다. 서울은 동대문호텔 뒤편의 창신동이 그렇고, 종로 뒷길 돈의동이나 남대문, 청량리영등포역 근처의 쪽방이 그렇다. 그나마 구로 지역의 쪽방들은 주택가에 밀집해 있을 뿐이다. 식당과 술집이 즐비한 골목 사이에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동자동 사랑방간판이 보였다.

사랑방 마을 주민협동회 차재설 부이사장건너편에 서울역이 바로 코앞이라 오래전부터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하루이틀 머물 수 있도록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판자촌이었고, 그 후 시간이 흘러 기존에 낡은 여관과 여인숙이 쪽방촌으로 변했다. 정착할 곳을 찾던 사람들이 대거 동자동을 찾게 되거나 일용노동자들이 달세를 내며 이곳에 거주를 많이 한다라며 자신도 서울역에서 노숙하다가 2009년 도부터 동자동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한다.

박승민 활동가에 따르면 월세는 주거급여 36만 원에 맞춰 인상되고 있다. 이곳은 6전후의 작은 방으로 한두 사람 들어가 잘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놓아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월세는 매우 비싼 형편이다. 하지만 이곳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2125일 국토교통부에서 서울역 쪽방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해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자동 쪽방의 모습.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동자동 쪽방의 모습.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202125일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LH공사와 SH공사가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며, 쪽방 주민 등 기존 거주자의 재정착을 위한 공공주택(임대 1,250, 분양 200)과 민간 분양주택 96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밖에도 사업 기간 중 쪽방 주민에 대한 지원 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자활과 상담 등을 지원하는 복지시설을 설치하여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과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15%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는 계획을 내놨다.

차재설 부이사장대책이 발표되는 날 주민들이 다 좋아했죠. 나도 좋았어요. 작지만 이제 내 공간이 생기고 화장실 문제를 비롯해서 다 해결이 됐으니까 그랬죠. 그리고 내 집에서 국수를 삶아 먹어도 퉁퉁 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아 좋죠. 이제 뭐 한 이삼 년 지나면 개발할 거야, 할 거야. 지금은 아무 소리 없으니까 너무 허무하고 그래요. ‘국토부에 가서 항의하면 그 사람들 얘기가 바뀌고 좀 더 기다려 봐라 그러다 담당자가 바뀌고 또 바뀌고 하니까.”

21대 대통령 선거 빈민 장애인 요구안 및 정책 질의서 제출 기자회견자리에서 동자동 쪽방 정대철 사랑방 운영위원은 정치인들은 선거 때 만 되면 쪽방 주민의 열악한 일상을 이용해 왔다고 말하며 주민들의 현실적인 요구인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둘러싸고 4년 넘게 시작조차 되지 않아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비좁은 방에 생활 도구가 깔려있다.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비좁은 방에 생활 도구가 깔려있다.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박승민 활동가에 따르면 충격적인 것은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유명을 달리하신 주민이 130명에 이르고 어느 날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장례를 치러야 할 정도였다고 개탄했다.

그사이, 주민들은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어요. 화재 등 안전사고는 여전히 취약하고 개선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한겨울 추위와 여름의 무더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화장실과 세면장조차 부실합니다. 그러면서 실제 토지 건물주들을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20% 내외로 알고 있어요.”

애초의 계획대로 라면 입주 등의 절차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공공주택사업 발표 초기부터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일부토지·건물주 들이 '서울 한복판 노른자 땅에 공공임대주택이 뭔말이냐'며 집회를 개최하며 반발했지만, 지금은 잠잠하고 조용해졌다고 덧붙인다. 2023년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특례까지 부여해 쪽방 밀집 지역만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무주택자가 아니어도 분양권으로 보상케 한 것이다.

동자동 인근 공원의 주민.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동자동 인근 공원의 주민.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사업대상지 내 건물 222동의 소유주 중 실거주자는 18.7%에 불과하다. 건물주 대부분의 소유 목적은 주거가 아니라 향후 개발이익에 따른 돈벌이 수단으로 건물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일부 건물주들은 주민센터를 통해 쪽방 주민의 전입신고를 막고 있고 우편물 수령 등 기본적 일상을 침해하고 있다. 거주 불명 등록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공실을 늘려 임대주택 건설 등 세입자 대책을 약화하려는 의도의 퇴거 조치일 뿐이다.

이곳이 쪽방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엔 너무도 평범한 골목이다.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손에 커피를 쥐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건물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답답하고 열악한 방들이 나타난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만 도시 속 그림자처럼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는 곳이다.

2025423일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촉구하는 10,904면의 서명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빈곤사회연대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제출해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윤을 낳는 개발과 서민의 주거 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은 반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정부는 늦어버린 공공주택 지구 지정을 곧바로 시행하고, ‘공공주택 사업이라는 틀 내에서 건물주들과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등 다른 쪽방촌에서는 민간개발로 인한 사전 퇴거 등 주민을 축출하는 방식의 개발 계획만이 수립되어 있다.”라며 선이주-선순환 방식의 공공주택사업을 전국 모든 쪽방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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