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측 '뇌물혐의' 재판에 의견서
"공소장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

[뉴스클레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 공소장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공소기각을 요구했다.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이유로 든 것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에 지난 21일과 28일 세 차례에 걸쳐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을 상세히 기재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부가 피고인 유무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만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 타이이스타젯 채용과 중진공 이사장 임명 시점 불일치 지적
문 전 대통령 측은 의견서에서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시기와 전 사위 서모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직한 시점이 겹치지 않아 대가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1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지만 서씨는 같은 해 8월에야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시기적 차이를 들어 뇌물 수수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전 의원에 대한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 등 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을 검찰이 공소장에 상세히 담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방북 전세기 사업 등 언급도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이 전 의원의 방북 전세기 사업 등 이스타항공 관련 활동을 기재한 것도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전 의원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북한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기여해 친문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넓히고자 방북 전세기를 운항하는 신사업을 추진했다"고 기재했다.
문 전 대통령이 딸 부부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다는 내용 등 공소사실과 무관한 사안을 공소장에 적었다고도 주장했다.
■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예단 심어주려 한 것"
문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을 기재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안 좋은 예단을 심어주고자 한 것"이라며 "공소 기각 결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여러 내용들이 실제 뇌물수수 혐의와는 무관한 것들로서 재판부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 조현옥 사건 병합 신청에도 재차 반대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사건과 병합 신청에도 다시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5월에도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조 전 수석 사건은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한 과정에 관한 사건"이라며 "공소사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 변론 병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병합 심리가 가능한 관련 사건은 1인이 범한 수죄,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수인이 동시에 동일 장소에서 범한 죄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두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23일 조현옥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문 전 대통령 사건과 조 전 수석 사건은 쟁점이 달라 관련자들의 중복이 있더라도 진술 대상이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며 "변론 병합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 2억1700만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
검찰은 지난 4월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전 사위 서씨를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타이이스타젯에 취업시키게 한 뒤 서씨의 급여와 태국 내 주거비 명목으로 약 2억1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기소 당시부터 "터무니없고 황당한 일"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와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고 반발해 왔다.
문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9월 9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