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
민주노총 "박순관·박중언 엄중 처벌"

지난 6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아리셀참사 1주기 추모제'. 사진=서비스연맹
지난 6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아리셀참사 1주기 추모제'. 사진=서비스연맹

[뉴스클레임]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 검찰이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박 대표 측은 마지막 공판까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달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순관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구형 이유는 명확했다. "박순관 대표가 명백한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각 징역 3년, 금고 1년6개월~3년,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아리셀 법인과 한신다이아·메이셀 법인에는 각각 벌금 8억원,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는 등 피해 규모 면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검찰의 이 한마디는 아리셀 참사의 비극성을 압축한다.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파견노동자였고,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안전교육 한 번 없었다. 

검찰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기업이 이윤 추구에 혈안이 돼 비숙련 노동자를 불법 파견받아 최소한의 안전 대책이나 교육도 없이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강행하면서 발생한 인재"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 활동을 하도록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경영책임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최후변론에서도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책임자는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며, 참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노동계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아들에게 떠넘기는 박순관의 파렴치한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순관을 비롯한 가해자들을 반드시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검찰이 박순관, 박중언 부자에 각각 징역 20년형과 15년형을 구형했다. 중형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참사를 키워낸 무책임에 견주자면 23명의 목숨에 비해서 너무나도 가벼운 형량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박순관은 마지막 변론에서조차 ‘아리셀의 실제 경영책임자는 자신의 아들 박중언’이라며 자신의 경영책임을 부인했다. 나아가 ‘사실 그대로 진술하는 것’이라며 뻔뻔스럽게 책임 전가를 정당화했다"며 "이는 자신의 책임을 부정해 형사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는 얕은 술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리셀 측 김앤장 변호인단은 ‘대피 방향이 반대였다면 밀고 나갈 수 있었다’며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은 누가 설치했는가. 최고 경영 책임자인 박순관이고, 박중언이었다"며 "작업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을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죽음의 현장으로 내몬 것은 고의적 살인 행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리셀 참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군납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증산과 품질 테스트 눈속임, 불법파견을 통한 비숙련 이주노동자 대량 투입 등 아리셀 경영 샅샅의 모든 것이 이윤 극대화만를 위한 고의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안전은 적극적으로 뒤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박순관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반드시 엄중 처벌받아야 한다. 아리셀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일벌백계를 위해 법정을 향한 날카로운 눈과 뜨거운 마음을 선고기일까지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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