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한국은행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높게 평가한 적 있었다. 2017년이었다. ‘아베노믹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의 불확실성도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한은의 지적처럼, 우리는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게 ‘별로’다. 앞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다음 정부가 좀처럼 이어받으려 하지 않는다. 최소한 ‘정책의 이름’이라도 바꾸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그 일관성을 외면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취임했던 박성상 총재의 정책이 그랬다.
박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지원을 밀어붙였다. 소재·부품산업을 키워야 산업구조가 좋아지고 대일 무역적자도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시행한 게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한은의 ‘재할인제도’다. 일반은행이 소재·부품업체에 금융을 지원하면, 중앙은행인 한은이 그 은행에 ‘재할인’을 해서 비용을 보태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박 총재의 임기와 함께 사라졌다. 박 총재가 물러난 즉시 제도도 따라서 없어지고 만 것이다. 한은 역시 ‘통화신용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후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몇 차례 있었다. 2013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4대 소재·부품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2013~16)’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을 따라잡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일본이 우리에게 소재·부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과거사’도 있다. 정책이 박 총재 당시부터의 일관성을 유지했더라면, 좀 나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어떤가. 달라진 것은 역시 ‘별로’인 듯싶다.
지난주 이재명 정부는 5년 동안의 경제목표를 제시했다. ‘0%대’의 저성장을 벗어나 ‘인공지능(AI) 3대 강국’과, ‘잠재성장률 3% 달성’, ‘국력 세계 5강 진입’이 핵심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5년 동안 21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밝혔다.
그런데, 그 정책의 명칭에 ‘진짜’라는 용어를 붙이고 있었다. ‘진짜 성장의 틀’, ‘3+1 진짜 성장 전략’ 등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진짜’라면, 그동안 역대 정부의 정책은 ‘진짜’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가짜 정책’이었다고 부정하는 셈일 수 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는데, 용어의 선택이 다소 ‘거시기’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그러고도 더 있다. 18일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서 폐기되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는 소식이다.
경제정책 외에도 또 있었다. 국무회의는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경찰국’을 폐지하기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도 심의·의결한 것이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8·15 통일 독트린’을 폐기하고 남북 신뢰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덕분에 국민은 좀 헷갈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