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을 자기방어라고 하는 이스라엘의 서사로부터 세계가 벗어날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어느 너튜브에서 '중동 특집'으로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 방송을 했다. 여기서 어떤 중동 전문가가 나와, 이스라엘 민족이 겪었던 고통, 즉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그로 인해 생긴 유대인들의 땅에 대한 집착을 정착촌의 유대인 가족을 예로 들어 말했다. 그러자 패널로 나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말 뿌리가 깊은 역사가 있어 누구한테 감정을 이입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바뀐다..." 라고 말했다.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로 팔레스타인 땅에서 자행되는 이스라엘의 살육을 마치 대등한 힘을 가진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분쟁처럼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보다는 힘의 방향대로 지식의 방향도 바뀌는 비정함을 느꼈다.
또 전문가들이라는 학자들에 의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왜곡될 수도 있고, 그런 왜곡이 인권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상식이 되는지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남북 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 사이에 끼여 있어 강대국들에 휘둘린 역사'라는 지정학에 바탕을 둔 상당히 과학적인 역사 인식을 드러낸다. 그 때문에 '솔방울로 폭탄을 만드시고, 나뭇잎을 타고 강을 건너시는.....'라는 신화에 속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과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대사만큼은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인식한다.
그런데 (남의 일이라서 그런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볼 때만큼은 신화를 더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팔레스타인(가난안)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하신 땅'이라는 얘기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세계화 과정에서 유입된 이 서구적이고 종교 편향적인 세계관 때문에 우리는 곧잘 팔레스타인 분쟁을 수천 년간 이어진 자연스럽고 숙명적인 것으로 여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이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잔혹하게 대량학살한 사실이 은페되고,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이 쏜 박격포 한 발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투하한 폭탄이 똑같은 값으로 매겨진다.
분명한 사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인류가 문명의 치욕으로 여기는 홀로코스트처럼 국제적인 사안이지 유튜브에서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화'적인 사건이 아니다.
고작 100년만 거스러 올라가도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대량학살되고, 그 땅에서 추방되면서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라는 분쟁의 원인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렇게 분명한 분쟁의 원인을 두고도 마치 이 지역이 수천 년간 종교적인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면서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잔혹한 학살을 두 민족간의 분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전체주민의 88퍼센트)과 유대인(3퍼센트)들은 평화롭게 살았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1차 대전에 영국에 배팅한 유대인들에게 '유대 국가의 건설'을 약속한 영국의 비호아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1920년에서 1947년 사이에만 무려 39만 3,887명이 들어왔다. 그 결과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인구의 32퍼센트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은 서구와 유엔이 관여해서 토착 팔레인스타인인들을 대랑학살하고 그 땅에서 추방하면서 분쟁을 격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해왔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19세기 말 팔레스타인 땅에 있는 유대인은 고작 3퍼센트였고, 기독교인이 9퍼센트, 이슬람교도들이 88퍼센트였다. 이런 땅에 영국과 서구가 유엔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90퍼센트인 9만 명 정도를 축출하고 세운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은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대재앙의 날이었다.
이스라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종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런 홀로코스트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영국 및 서구 강대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재정지원 또 유엔 지도자들의 이스라엘 안보 논리가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땅에서는 이스라엘의 거의 일방적인 팔레스타인인 살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니 이 분쟁의 원인은 이런 학살에 생명을 가진 사람들(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저항이 아니라, 팔레스티인인을 학살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서구 강대국임을 이제라도 깨닫아야 한다.
대개의 사람은 미국이 중동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평화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해 발발한 1967년 전쟁 이후 중동지역에서 거래되는 무기의 80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중동에서 공정한 중재자를 자처하는 거 자체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