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세력 척결을 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말이 많다. 이게 논란거리인가 싶어 어이없다…. 더불어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짝이 나지 않을까 싶어 조마조마하다.
해방직후 친일파 청산을 위해 1948년 제헌 국회가 설치한 반민특위. 일본 편에 섰던 민족 반역자를 처벌하기는커녕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의 방해로 1년도 못 되어 해체되고 말았으니, 오호애재라!
반민특위에서 일제 부역자로 지목한 이들은 처벌받기는커녕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반공 투사’로 변신하여 독립 투쟁을 한 인사들을 되레 고문하고 못 살게 굴었으니, 오호통재라!
대한민국은 일본국 지배를 35년 넘게 받았는데도 친일부역세력을 한 명도 처벌하지 못하여 지금까지 민족반역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큰소리를 친다. 프랑스는 나치 독일의 지배를 겨우 3년 받았는데도 보수적인 드골 정권은 6000 명 가까운 나치 협력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실제로 700여 명을 집행하였다. 이렇게 하여 나라의 정기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프랑스보다 열 배도 넘게 일본국의 지배를 받았으면서도 친일 청산을 못해 지금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프랑스에서 나치 협력자들을 숙청하면서 보수주의자 드골 등이 내세운 논리는 ‘나치 전체주의에 민족의 혼과 정신을 팔아먹은 민족반역자는 프랑스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종자들이다.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는 이념은 다르다 해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는 아니며 단지 국가 관리나 경영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게 보수의 품격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내란에 동조한 세력들을 빠르게 솎아내는, 대한민국의 정기를 다시 세우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으며 내란 세력 척결을 주장하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중국의 문인 루쉰은 신해혁명 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며 물에 빠진 개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고 그들이 ‘페어’를 주장하면 그때 가서 페어플레이 하자고 했다. 그때까진 물에 빠진 개에게 연민을 보내지 말고 더 패야한다고 했다.
루쉰이 보기에 개혁의 반대자들이 개혁 찬성자들을 공격할 때는 조금도 느슨하지 않고 혹독한데 개혁자들은 꿈속에 빠져 늘 손해 보는 짓들을 한다면서…. 그러기에 그는 평소 남에게 해를 많이 끼쳤으면서도 보복하지 말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그럴싸하게 말하는 자는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 ‘12.3 윤서결란’의 한 고비를 넘기고 나자 벌써 느슨해져 잘잘못을 따져 보복하지 말고 화합하자며 성인군자(?) 같은 말씀을 하는 이들이 많다. 보복이 아니고 나라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인데 말이다. 1948년 ‘반민특위’ 설치도 맞고, 2025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도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