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합종연횡’ 가운데 ‘합종’을 주장한 소진(蘇秦)이 진나라 왕을 찾아가서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만나주지 않았다. ‘찬밥’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하지만 글도 통하지 않았다. 역시 헛수고였다. 결국, 여비가 떨어져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왕도 다르지 않았다. 사흘을 기다린 끝에야 어렵게 면담할 수 있었다.
은근히 약이 오른 소진은 왕을 만나자마자 “떠나겠다”며 작별인사부터 했다. 초나라 왕이 그 이유를 물었다.
“초나라의 쌀값은 주옥보다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보다 비쌉니다(楚國之食貴于玉 薪貴于桂). 주옥같이 비싼 양식을 먹고, 계수나무처럼 비싼 땔감으로 밥을 지으면서 어떻게 오래 머물 수 있겠습니까.”
추석 때였는지 소진은 달나라에 있는 계수나무를 비유하고 있었다. 초나라 왕은 소진의 말을 듣고 그의 학문이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즉시 정색을 하고 극진하게 대접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미주신계(米珠薪桂)’다. 쌀값은 옥처럼 비싸고, 땔나무는 계수나무같이 귀하다는 뜻이다. 물가가 ‘엄청’ 높아서 먹고살기 힘든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훗날, ‘귀양살이’를 하던 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고 있었다.
“…위급한 것을 도와주고 추위가 닥치거나 큰비가 내리면 반드시 ‘계옥(桂玉)의 고통’을 생각하거라. 어려울 때의 국 한 그릇이 평상시의 허술한 집 한 채 값을 주는 것보다도 나을 것이다.…”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고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지급하고 있지만, 민생은 올해 추석 연휴에도 넉넉하기는 틀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고 우려했을 정도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때 지출할 예산은 평균 71만2300원으로 작년의 56만3500원보다 26.4% 늘었다고 했다.
특히 86%가 긴 연휴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연휴 동안 하루 지출을 작년의 11만 2700원에서 올해는 10만 1800원으로 줄여 잡았는데도 전체 지출 규모는 늘어나게 오히려 생겼다는 것이다.
추석 상여금에 대한 기대도 쉽지 않았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9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응답은 56.9%였다. 나머지 43.1%는 지급하지 않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도 닮은꼴이다. 8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 정도인 50.6%였다.
중소기업 가운데 37.9%가 ‘작년보다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밝힌 데 비해, ‘원활하다’는 응답은 18.5%에 불과했다. 추석 때 필요한 자금은 평균 1억9780만 원이지만, 4770만 원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중소기업 수는 829만 8915개로 전체 기업의 99.9%라고 했다, 종사자 수는 1911만 7649명으로 80.4%다.
이를 고려하면 ‘계옥의 고통’으로 허덕이는 서민이 사실상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없는 ‘쉬었음’ 인구를 빼고도 이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