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백제 무령왕릉에서 108종, 3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을 때의 일이다. 무령왕릉은 도굴과 일본 제국주의의 약탈을 당하지 않은 채 온전한 상태로 발굴되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장안의 화제였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발굴단에 연락이 왔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연락이었다.
대통령이 관심 있다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발굴단은 중요한 유품 몇 개를 조심조심 추려서 청와대로 가지고 갔다.
박정희는 그 유물 중에서 금팔찌를 골라 들고 신기한 듯 살펴봤다. 그러더니 “이게 순금으로 만든 것인가요” 하면서 손으로 휘어봤다고 한다.
그 순간 김원룡 발굴단장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하마터면 귀중한 유물이 부러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발굴 이야기. 조유전 지음>
최고 권력자가 국가유산을 잘 모르는 사례는 더 있다.
1979년 1월, 박정희는 황룡사 발굴현장을 방문했다. 위로·격려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정희는 황룡사 ‘9층 목탑’을 복원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것도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세우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난처한 지시였다. ‘콘크리트 9층 탑’을 세울 경우, 남아 있는 목탑 터의 기초를 완전히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목탑 터 자리에 새 기초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근처의 유물 흔적까지 깡그리 지워져야 했다.
자칫 잘못되면 ‘1000년 고도’ 경주에 철근콘크리트 덩어리가 서 있을 ‘꼴불견’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는 신라 왕궁터에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군 출신인 박정희는 ‘고고학’에 대한 지식과는 담을 쌓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3년 9월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는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임금이 앉는 ‘어좌’에 올라갔다고 했다. ‘임금 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도 해본 적 없었다는 ‘임금 놀이’다.
작년 9월에는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고, 조선 왕실의 신주를 모신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부부는 2023년 3월 5일 일반 관람 마감 시간인 오후 5시쯤에 사전 연락도 없이 경복궁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생활했던 공간인 건청궁의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부부는 경호원도 물리친 채, 명성황후의 침전인 곤녕합에 들어가서 10분가량 머물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꼬집은 것처럼 “종묘가 카페가 되고,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하고, 박물관 수장고는 개인 서재로, 명성황후 침전은 침실 취급”이었다.
하필이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코앞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고 있었다. 외국에도 이 ‘무개념 뉴스’는 전파를 타고 전해졌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