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1만원도 채 안 되는 요소수를 구하겠다고 긴 줄을 서는 시민들이 있다. 당장 화물차를 운행할 수 없어 운전대 대신 핸드폰을 붙잡고 요소수 판매처를 수소문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루아침에 노선버스가 운행 중단돼 발이 묶일 위협에 처한 학생, 직장인들은 그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군 수송기를 호주에 급파해 2만ℓ 분량 요소수를 전격 수송해 오기로 하고, 군 비축 물량 20만ℓ를 민간에 대여 방식으로 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까지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확보한 요소수는 국내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호주에서 수입하는 분량은 대형 탱크로리 한 대의 분량 수준으로, 하루 사용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루 200만대의 차량에 요소수가 필요한데 이 정도로는 3000대도 채우지 못한다. 누구 코에 붙이지도 못하는 물량을 군 수송기까지 동원했다고 홍보하니 무능하고 한심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더 황당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물어뜯기만 하는 야당의 태도다. 9일 국민의힘은 요소수 품절 사태를 두고 “무능하고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예견된 인재”라며 문재인 정부를 꼬집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군의 요소수 비축물량을 민간에 대여하는 방안마저 논의되는데 정부의 무능·무책임한 행태가 국가 안보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수급난부터 요소수 수급난까지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성걸 의원 역시 “하루하루 끊이지 않는 대란 때문에 참 말하기도 부끄러운, ‘대란민국’이라는 자조적 단어까지 등장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계속되는 대란 사태 앞에 국민께 사죄하고, 일본의 수출 제한에 보여줬던 그 의지의 반만큼이라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사태의 심각성을 비춰볼 때 정부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옳은 비판도 상황에 맞게 해야 통하는 법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현실적인 대책인데, 가만히 앉아서 마이크를 쥐고 쓴소리를 내뱉는다고 귀 기울이고 맞장구 쳐줄 사람이 있겠는가.
도움 하나하나가 절실한 상황이다. 누군가에겐 생계가 달려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미래가 달려있다. 국가적 위기인 만큼 이를 극복할 대책을 세우는 데 온힘을 쏟아야지, 파상공세를 펼치는 건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야당은 정부 물어뜯기를 잠시 멈추고, 국가 명운이 달린 사태로 인식하며 요소수 확보에 같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