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채기 칼럼=문주영 편집위원] 정부가 돈을 ‘왕창’ 풀어댄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과다하게 풀었다. 그 바람에 풀려나간 돈이 집값을 껑충 폭등시키고, 물가를 자극하고 말았다. 이른바 ‘승수효과’다.
물가는 오르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 월급쟁이들은 덕분에 앉아서 ‘감봉’ 당하고 있다. 서민들은 오그라들고 있다.
정부가 이제 와서 돈줄을 죄는 것은 그 반대 이유다. 폭등한 집값을 잡고, 물가 오름세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줄은 갑작스럽게 묶어도 곤란할 수 있다. 돈은 하루아침에 늘리고 줄일 수 있지만 실물경제는 하루아침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돈줄을 죈다고 투기에 몰렸던 돈이 난데없이 ‘좋은 돈’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대기성자금으로 숨을 죽였다가 여건이 괜찮아지면 다시 투기자금으로 되살아날 뿐이다. 돈줄만 죄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실제로 집값이 부분적으로 잡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하락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폭등세를 고려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정부는 또한 돈줄을 죄면서 ‘금융기관의 속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금융기관은 금리를 인상할 때 대출금리는 크게 높이고,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곤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 ‘속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대출 억제에 급급하면서 금리체계마저 왜곡되고 있다. 제1금융권인 은행의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보다 높아지는 ‘희한한 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도 높은 차주의 대출이 억제되고 오히려 신용도 낮은 차주가 대출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출금리를 대폭, 예금금리는 소폭 인상하면 은행으로서는 그 차이만큼 이익이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금융소비자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은행의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속성’을 몰랐다면 무능한 정책일 것이다.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역시 무능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돈은 실물경제의 흐름에 맞춰서 적당하게 푸는 게 최고라고 했다. 너무 많이 풀려도 안 되지만, 너무 적게 풀려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풀려나간 돈이 좋은 길로 흐르도록 ‘돈길(錢路)’을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 ‘돈길’이 막히면 결국은 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길’을 뚫어서 넘치는 유동성을 건전한 투자자금으로 유도하면 일자리 늘리는 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대출만 규제하면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아질 뿐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증가율을 올해 6%대에서 내년에는 4~5%로 억제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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