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호의 맛있는 칼럼/ 예전 농경사회나 산업화 시대에선 ‘장수(長壽)’가 꿈이었다. 아니 그 이전 시대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진시황이 불노불사를 외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이른바 100세 시대가 됐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수명이 늘어났다고 마냥 기뻐만 하는 사람들은 몇 없는 것 같다. 100세 시대에 하릴없이 노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 어떤 기업에서도 원치 않는 존재가 되어 버린 은퇴연령의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재산을 자식에게 나눠주고 그들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지루한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은퇴연령이 65세라고 가정하면 약 30여 년간을 직업 없이 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연금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신체적 능력을 떨어졌을지언정 그간 살아온 날들이 축적된 삶의 노하우나 사업의 노하우는 특별하다. 현재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이들에게 고한다. 걸을 힘이 있거들랑 꿈을 꾸고 노력을 하라고 말이다. 자식에게 돈을 넘겨주지 말고 그 돈으로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더욱 오래 보여주라고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은퇴한 이들을 다시금 받아 줄 기업이 그 어디 있겠냐고 말이다. 누가 취직을 꿈꾸라고 했는가. 바로 은퇴한 당신의 나이야 말로 창업을 하기 정말 좋은 나이다. 풍부한 경험과 적지 않은 자본금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다시금 설계할 수 있다.
이른바 ‘실버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넓은 인맥과 전문성, 그리고 경험이다. 또한 모아둔 자금이나 퇴직금을 활용한다면 젊은 층보다 창업자금을 마련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젊은 치기로 부딪히는 창업이 아닌 오랜 노하우가 집약된 창업이라면 그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질 터다.
한국창업연구원은 '성공적인 실버창업을 위한 십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첫 번째, 돈을 버는 것 뿐 아니라 일 자체가 자신의 능력에 맞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돈 벌기만을 위한 창업이라면 실패하기 쉽다. 두 번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로서 남들이 좋은 인식을 갖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세 번째, 과거에 집착해 대접받기를 바라지 말자. 화려했던 과거 대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 평생 자신이 해 온 일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다섯 번째, 지역 자원봉사 등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여섯 번째, 동료 친척 가족 등 주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일곱 번째, 다양한 사람과 만날 기회를 갖는다. 컴퓨터활용, 영업·마케팅방식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여덟 번째, 수익대비 비용 절감 방법을 연구한다. 아홉 번째,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업종은 피하도록 한다. 열 번째, 전 재산을 걸고 하기 보다 보람을 느끼는 정도의 규모로 시작한다.
십계명의 마지막 항목이야말로 필자가 전하고픈 진정한 메시지다. 평생을 번 돈을 자식에게 나눠 줄 생각보다, 그 돈을 활용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욱 현명한 자세다. 은퇴한 이들이여. 꿈을 꾸라. 나이가 찍은 문장부호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될 수 있도록 진한 꿈을 다시 한 번 꾸자.
좌전(左傳)에 발단심장(髮短心長)이라는 말이 나온다. 머리털은 빠져 짧으나 마음은 길다는 뜻이다. 곧 나이는 먹었으나 슬기는 많음을 이른다. 젊음이 무기라고 하지만 늙음도 무기다. 젊음이 가지지 못하는 슬기로움과 삶의 노하우를 통해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열정을 붙태울 수 있음을 증명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