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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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랑시인 김삿갓은 세상을 등진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았다. 세상을 원망하면서 많은 욕설을 쏟아냈다. 김삿갓에게 걸려들면 독설을 피할 수 없었다.

김삿갓은 그래도 그 막말에 ‘품위(?)’가 있었다. ‘지식인’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김삿갓은 어느 무더운 날 길을 걷고 있었다. ‘복날’이었는지, 젊은 선비들이 개 한 마리를 잡아놓고 술을 마시며 놀고 있었다. ‘시회(詩會)’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술을 좋아하는 김삿갓은 슬그머니 한 구석에 가서 앉았다.

그러나 ‘불청객’이었다. 선비들은 김삿갓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행색이 초라했다.

김삿갓은 자존심이 구겨졌다. 참을 수 없었다. “구상유취(口尙乳臭)로군.” 한마디를 던지고 일어섰다. 어린아이들이 입에서 젖내를 풍기며 유치하게 놀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선비들이 발끈했다. 저만치 멀어진 김삿갓을 잡아끌고 왔다. “누가 구상유취란 말인가”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김삿갓은 태연했다. “내 말을 오해들 했구나. 나는 구상유취(狗喪儒聚)라고 했을 뿐이다.”

한자를 바꾸니까 그 의미도 달라졌다. 개를 잡은 ‘개 초상’에 선비들이 모여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김삿갓의 재치에 선비들은 웃고 말았다. 김삿갓은 욕을 하고도 오히려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김삿갓이 고달플 때 찾는 곳은 주로 서당이었다. 글을 조금 일러주면 어쩌다가 ‘선생’ 대접을 받고, 노자까지 얻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에도 김삿갓은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서당을 찾아갔다. 막 대문 안으로 발을 디디려는데 훈장이 나와서 손부터 내젓고 있었다. ‘문전박대’였다.

손짓으로만 쫓아내는 게 괘씸했다. 김삿갓은 뒷벽에다 시 한 수를 적어놓고 발길을 돌렸다.

“천탈관이득일점(天脫冠而得一点), 내실장이횡일대(乃失杖而橫一帶).”

하늘(天)이 관(冠)을 벗고 점(点) 하나를 얻었으니, ‘견(犬)’이었다.

내(乃)가 작대기(杖)를 잃고 띠(帶)를 가로로 찼으니(橫), ‘자(子)’였다.

두 글자를 풀면 ‘견자(犬子)’였다. ‘개의 아들’이라고 욕을 한 것이다.

김삿갓은 상말을 해도 이렇게 비교적 점잖았다. ‘개☓☓’라는 ‘험악한 말’을 쓰지 않았다.

오늘날 선거판에서 배웠으면 싶은 김삿갓의 ‘욕설 테크닉’이 아닐 수 없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의 막말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가죽 굿판 ▲주술 공화국 ▲오살’(五殺)할 ☓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 ▲소고기 도둑 ▲좀도둑 ▲쥐☓☓ ▲권력 독점욕 ▲삼족을 멸했다 ▲도덕불감증 ▲기생충 ▲알코올중독 후보 ▲폭망 정권 ▲조작의 여왕 ▲인간 말종 ▲공작전문가 ▲사이버 렉카 ▲바보탱이.…

오는 말이 유치하니 가는 말이라고 다를 수는 없다. 악담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불구대천의 적’에게나 쏟아낼 수 있을 ‘막말 시리즈’다.

선거판은 욕설을 퍼붓더라도 ‘김삿갓 테크닉’을 좀 생각해볼 일이다. 아이들이 따라서 할 것 같아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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