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플리커

‘삼국지’ 이야기다.

조조(曹操)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화가를 수소문했다. 승상으로 출세한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조조의 초상화는 반드시 후세에 전해져야 했다.

조조는 산수화, 인물화 등 모든 그림에 능한 화가에게 초상화를 맡겼다.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부하는 화가였다.

그러나 화가는 고민에 빠졌다. 조조의 인물이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몇 군데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눈썹은 누에가 누운 듯했다. 눈은 가느다랗게 아래로 처져서 ‘여덟 팔(八)’자 같았다. 입은 항상 오므리는 바람에 주름이 지고 있었다. 한 움큼밖에 되지 않는 수염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돋아 있었다.

조조는 나라의 승상이었다. 그래도 멋있게 보이도록 그려야 할 것 같았다.

화가는 꼬박 사흘 동안 그린 초상화를 조조에게 바쳤다.

누에 눈썹은 위로 치솟았고, 가느다란 눈은 봉황 같았다. 입가는 곧게 펴졌고 수염은 가슴까지 멋있게 드리워져 있었다. 조조를 닮기는 했지만 실물보다 훨씬 미남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며 다시 그려달라고 요구했다. 화가는 또 사흘이 걸려서 초상화를 완성했다.

이번에는 조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모습 덕분에 누에 눈썹은 위로 치켜져 있었다. 눈 모양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입가의 주름도 감춰졌다. 볼품없는 수염은 표표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조조는 눈썹을 찡그렸다. 또 퇴짜였다.

화가는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의 그림이 두 번씩이나 퇴짜를 맞은 적은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화가는 팔자 눈썹, 늘어진 눈살, 튀어나온 입, 어지럽게 흐트러진 수염을 그대로 그렸다. 늙고 지친 조조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시 사흘 후 초상화를 받은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야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조조가 ‘영웅’으로 그려진 두 번째 초상화를 거부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조조는 화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천하가 어지러워서 나라가 흔들리고 백성이 불안한 상황이다. 그런데 나라의 승상인 내가 어떻게 이처럼 웃을 수 있겠는가.”

조조는 백성을 위해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자신의 얼굴을 보고야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의 사진이 담긴 벽보를 ‘관찰’해 보자. 14명 가운데 10명의 사진이 ‘웃는 얼굴’이다. 그것도 따뜻하게 웃고 있다.

모두들 사진을 잘 나오도록 찍고 있었다. 조조처럼 고뇌하는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표’를 위해서는 웃는 얼굴이 좋은 듯싶었다.

그 ‘웃는 벽보’를 훼손하는 유권자 소식이 또 들리고 있다. 민생은 갑갑한데 후보들이 웃고 있어서일까.

주요기사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벽보 #대선 #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