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무릎을 꿇었다.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김 의원은 “장애인이 큰 사고나 중상을 당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언론이 주목하면 정치권이 관심을 가진다.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 의원이 장애인단체의 시위까지 찾아가 무릎을 꿇은 이유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두고 “독선을 버리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으로는 ‘공권력 투입’을 제시했다.
그는 ‘비장애’를 마치 ‘권력’처럼 여겼다. 물론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로 적지 않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보자. 만약 출근길 또는 퇴근길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 시위를 진행했다면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이만큼 퍼졌을까. 장애인들이 현재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이유에서 시위를 펼치는 것인지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을까. 아닐 것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여러 기자회견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를 다 알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20년 가까이 요구해온 바들을 더욱 널리 알리고자 비난을 감수하고 출퇴근 시간대에 시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위의 원인 제공자는 누가 될까. 한결같이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이를 외면해온 당국과 정치권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펴낸 ‘2021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을 고작 0.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야말로 최하위권이다. 이를 두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 대표는 “OECD 평균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고 각종 제도를 다시 설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인 제공자가 버젓이 있는데도, 가장 바쁜 시간대에 불편함을 준다는 일부 비장애인들의 비난에 기대어 장애인과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더욱 키우고 갈라치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력도 있어야 한다. 부당한 공격과 혐오 조장은 정치인이 우선시해야 할 일이 아니다. 장애인단체가 바라는 바가 무엇이고 어떤 노력이 시위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숙고하는 태도가 먼저 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퇴행적 언행을 멈추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