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몸과 마음을 갑갑하게 감쌌던 마스크마저 실외 허용이 됐으니 온 국민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느낌이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많은 부분 바꾸어 놓았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화 됐는데, 의료부분에서도 비대면이 각광받으며 많은 이들이 이용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대면 진료는 환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 커져가 종국에는 서비스 자체의 존폐까지 생각해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고공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2년간 400만건 이상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20여 곳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지난 2020년 2월 이후 지난달까지 약 2년간 누적 443만 여명의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사실 가벼운 증상이나 정기적으로 약을 타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병원까지 왔다갔다하는 시간과 북적 이는 인파 속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없고, 약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보니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편리함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필자의 지인이 겪은 실화다.
평소 고지혈증을 앓고 있던 지인은 정기적으로 고지혈증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한 번 사용을 하다 보니 그 편리함에 중독 돼 6개월 간 지속적으로 이용했다. 건강검진을 따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약을 6개월 간 복용한 것인데, 이후 지인에게 신체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눈이 침침하고 소변을 보러 가는 횟수가 늘어난 것. 더욱이 갈증도 심해져서 검색을 해보니 전형적인 당뇨 증상이었다.
지인은 즉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결과는 놀랍게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14를 넘어가 있던 것. 이는 정상수치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당장 인슐린 치료가 시급한 수치다. 하지만 지인은 자신의 생활습관에 변화가 없는데 당뇨가 발병됐다는 것에 의심을 품고 의사에게 당장의 치료보다 자신이 먹고 있는 약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결국 의사에게 돌아온 답은 지인이 먹고 있던 약의 치명적 부작용 중에 하나가 ‘치료를 요할 수 있는 당뇨가 발병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지인은 약을 즉시 끊었고, 4개월이 지난 현재 당화혈색소 수치가 6으로 내려갔다.
이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치명적인 약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의사가 비대면 진료이다보니 환자의 문진을 정확하고 세심하게 할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환자의 방심을 초래해 약의 부작용을 모르고 지나치게 만들어 더 큰 병을 불러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시 전화로 문진을 받게 되는데,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요즘 불편한 점은 없냐는 간단한 물음 뒤에 약에 대한 처방이 손쉽게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약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지인 역시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증세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은 채 약을 관습적으로 먹었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혈압, 혈액검사 등도 장기간 안받게 된 것이다.
편리함은 중독이다. 인순고식(因循姑息)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할머니나 아이의 뜻을 따른다는 말이다. 관습이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장의 편안함을 취한다면 그 끝이 좋을 리 없다. 비대면 진료의 시대. 편리함에 속아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것이 새 시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