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노량진구수산시장의 전경. 사진 최인기
2018년 6월 노량진구수산시장의 전경. 사진 최인기

[뉴스클레임] 2022년 5월 2일 서울 경복궁역 근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시장에서 장사만 하던 고령의 상인들은 오늘 기자회견이 있으니 모이라 해 하나둘 전철을 이용해 인수위원회 앞에 도달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접근을 막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다. 그 자세와 태도는 자못 고압적이고 친절하지만 않았다.

2018년 11월 7일 단전단수로 폐사직전의 어류. 사진 최인기
2018년 11월 7일 단전단수로 폐사직전의 어류. 사진 최인기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국정을 운영하는데 원활한 인수를 위한 곳이다. 이렇게 업무를 위해 구성된 기구지만 고압적인 경찰의 자세에 고령의 상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세상에 산적한 일이 있지만 상인들은 그 어떤 일보다 절박한 문제가 있어 인수위원회를 방문한 것이다. 상인들 대부분은 80을 넘어서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눈 딱 감고 10년만 열심히 일하면 길이 보인다는 신화를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벌써 6년째 싸우고 있고, 이렇게 긴 싸움 말고도 노량진 전철 육교 위에서만 3년째 텐트를 치고 농성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생 살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왔지만 살다 살다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다는 거다. 어떤 상인은 노량진수산시장이 생기기 훨씬 전 서울역 근처에서부터 생선을 팔았다고 했다. 1975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냉장(주)이 시장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노량진역 근처로 옮겨 따라왔다 한다. 당시 노량진수산시장 터전은 인근의 여의도 사이에 강물이 흘렀던 곳이라 증언한다. 그러니까 여의도 주변 윤중로 건설이 한창이고 국회의사당이 완공되던 시절이다.

2019년 6월 27일 폐허가 되어버린 시장 안. 사진 최인기
2019년 6월 27일 폐허가 되어버린 시장 안. 사진 최인기

노량진 구수 산시 장상인과 수협의 본격적인 갈등은 2008년 수산물 유통체계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부터다. 노량진수산시장 윤헌주 공동지역장은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수협은 총공사비 2,241억 원 가운데 국비 70%인 1,540억 원을 지원받아 2015년 지상 6층 면적의 신시장이 완공됐고 2016년부터는 오랫동안 구 시장에서 진행됐던 경매 공간이 옮겨지며 구 시장 상인들은 큰 타격을 받았으나 당시 구 시장 전체 상인의 40%가량이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였다고 전한다.

2019년 8월 1일 철조망이 둘러쳐저 있는 수족관. 사진 최인기
2019년 8월 1일 철조망이 둘러쳐저 있는 수족관. 사진 최인기

이렇게 봤을 때 노량진 수산시장은 상인 개별의 문제가 아닌 공적인 문제가 분명하다. 세금을 들인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낡은 시장을 현대에 걸맞게 새로운 것으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하자는 것이지만 구 시장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부지에 복층 건물을 지었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강제퇴거는 잔인하다며 이런 폭력이 가능하게 하는 개발이익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강제 퇴거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경찰과 동작구 그리고 서울시는 우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며 공정한 법 집행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의 공정한 집행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 말했지만, 강제퇴거를 합법적으로 당한 폭력의 상흔 앞에서 법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19년 10월 8일 노량진육교위에서 농성중인 상인들. 사진 최인기
2019년 10월 8일 노량진육교위에서 농성중인 상인들. 사진 최인기

한상범 노량진구수산시장 공동지역장에 따르면 ​상인들은 정작 법의 공정한 집행자인 서울시가 법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과 가격안정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전국 11개 중앙도매시장 중 유일하게 노량진수산시장만 개설자와 소유자 분리되어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도매시장의 공공성을 더욱더 강화해야 하지만, 시장개설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2020년 2월 21일 철거당하는 노량진농성장. 사진 최인기
2020년 2월 21일 철거당하는 노량진농성장. 사진 최인기

결론은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은 수협에 의해 운영되면서 공공성이 사라졌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상인과 서울시민이 져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고보조금 1540억이 투입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전면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노량진구수산시장 일부 존치 또는 대체 부지를 통해 상인들에 대한 생존권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그동안 비리의 주범인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현재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주식회사를 별도로 운영하는 복잡한 구조다. 이러한 운영방식을 서울시 공공출자법인을 통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시민의 먹거리를 공급하는 중앙도매시장이 이윤과 투기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 및 해수부의 관리감독을 분명히 하고 법위반 시 처벌을 강화해 중앙도매시장으로써 위상이 확립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18일 수산시장을 허물고 ‘36억’ 축구장·야구장 짓고 ‘300억’ 면세 받은 수협. 사진 최인기
2020년 6월 18일 수산시장을 허물고 ‘36억’ 축구장·야구장 짓고 ‘300억’ 면세 받은 수협. 사진 최인기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인 노량진 구수산시장의 갈등은 이제 상생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는 논의 창구를 조금씩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갈등이 공존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 수준이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안정적 운영하고 진행과정을 서울시민이 모두 알 수 있도록 공론화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2020년 10월 29일 노량진육교위 농성장을 상대로 물대포를 쏘고 있는 수협. 사진 최인기
2020년 10월 29일 노량진육교위 농성장을 상대로 물대포를 쏘고 있는 수협. 사진 최인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노량진수산시장이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상인들의 생존권이 보장되며, 서울시민의 공익에 부합하고, 경제적 가지가 활성화 되도록 방안을 내와야 한다. 무엇보다 3년째 육교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령의 상인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2년 5월 2일 인수위 기자회견을 마치고 요구안을 제출하는 상인. 사진 최인기
2022년 5월 2일 인수위 기자회견을 마치고 요구안을 제출하는 상인. 사진 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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