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이학박사
김철호 이학박사

[뉴스클레임] ‘치킨값 3만원’이 연일 포털 사이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치킨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외식메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다양한 양념과 어우러져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치킨 가격으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회장의 검은 속내 일 것이냐 가맹점주의 노고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합리적인 발언일 것이냐. 그 누구의 손도 편하게 들어줄 수 없는, 그야말로 ‘치킨게임(2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치킨값 3만원 논쟁은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 회장이 한 말 때문에 불거졌다. 라디오에 출연한 회장이 치킨값은 3만원 정도 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일파만파 커진 것이다. 회장의 말이 논란이 되자 해당 프랜차이즈는 치킨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노력과 수고가 정말 많이 들어가는 데 현재 가격 구조에서는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소상공인을 고려한 발언이라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각 대형마트에서 일제히 저가 치킨을 내놓아 회장 발언의 대항마로 나섰다.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이라는 제품명으로 당일제조 당일판매를 내세우며 지난 6월부터 판매를 시작, 약 두 달간 26만마리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도 '5분 치킨'이라는 제품명으로 9000원 후반대로 저가 치킨 판매를 시작했고, 롯데마트가 '뉴 한통 가득치킨'을 9000원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치킨이 나욌다고 좋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를 싸잡아 매도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프랜차이즈 치킨을 왜 먹냐는 조롱까지 온라인 상에서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치킨값 3만원 시대에 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데 왜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냐는 것이다. 

일부 이런 속내를 가진 소비자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치킨을 이리 싸게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동안 비싸게 사먹은 것 같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입장도 헤아려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점점 비싸지는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 이상을 소비자들에게 받아야 한다. 그들에게 한 마리 치킨에 만원을 받으라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진배없다. 

현재 마트에서 파는 치킨이 미끼상품이라는 주장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한 대형마트는 치킨 판매 시간이 오후 3~4시이고 1인당 한 마리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두마리치킨은 마트 회원들에게만 15990원의 가격을 990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선 마트 회원가입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자사 회원과 소비자의 발길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치킨 3만원 논쟁, 이 치킨게임으로 인해 현재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졸지에 바가지요금을 받는 악덕 상인으로 치부되고 있다.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 비교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을 폭리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외식 소비와 치킨 전문 가맹점주들의 억울한 오해를 풀기 위해 그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서로의 주장만 맞다고 말만 오가는 이 상황은 치킨게임을 더러운 끝으로 이끌 뿐이다. 옛 고사성어에 수석침류(漱石枕流)라는 말이 있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지기 싫어서 좀처럼 체념을 안하고 억지가 세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 수석침류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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