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피해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악성민원 등 인권 침해 주요한 행위자는 학부모

16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후문에서 진행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모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 사진=학비노조
16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후문에서 진행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모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 사진=학비노조

[뉴스클레임]

"시작 종이 울리고 학부모 한분이 도서관 문을 엽니다. 아이가 준비물을 두고 등교하면 학부모는 제일 만만한 도서관을 찾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한테 전달 좀 해주세요'. 도서관은 쉬는 시간이 오히려 바쁩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전달해 달라고 합니다. '어렵다고 말하면 '할일도 없는 주제에'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나옵니다. 자기 아이를 위해 수행평가 도서를 미리 빼달라고 요구도 합니다. 책을 잃어버렸다고 폐기처리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교육공무직원은 학교 안에서도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입니다. 그런데다 학부모 민원까지. 이미 너무나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경기 학교도서관 사서 A씨)

"학부모님이 자녀가 돌봄교실에서 힘들어서 숨도 못 쉰다며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일과 시간에는 따로 시간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퇴근 후에 잠시 대면상담을 진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음 날 자녀가 집에서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며 또 문자로 돌봄교실 탓을 하며 반 변경 가능 여부를 문의 주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학생은 돌봄교실 내에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 학부모와는 수시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경기지역 돌봄전담사 B씨)

이는 사서,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이 겪고 있는 악성 민원 사례 중 일부다. 교육공무직은 공립 교육기관 종사자 중 공무원이 아닌 교무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 돌봄전담사, 사서, 영양사 등을 일컫는다.

단순히 몇몇의 사서, 돌봄전담사, 특수교육지도사 등이 겪는 악성 민원이 아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오전 서울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시행한 '악성민원 피해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공무직 4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1.4%는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학부모'가 81.8%로 가장 많았다. 학생은 2.4%였다. 

민원 유형은 '학생 지도 관련'이 6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 사무 관련' 15.2%, '시설 관리' 4.8% 순으로 이어졌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평균 스트레스 정도에 대해선 52.3%가 "매우 높다"라고 답했다. '높다'는 39%, '보통' 7%, '낮다' 1.1%, '매우 낮다' 0.6%로 나타났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악성민원 처리는 교사든 교육공무직인든 하위직 개인이 떠맡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항의성 민원 응대 시스템은 가급적 학교 이전에 상급기관에서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악성민원 대응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누가 맡을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되, 불가피하게 사람이 나서야 하는 단계에서는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 관리자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교육부의 향후 대책에 교육공무직에 대한 악성민원 실태 및 대책 마련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의 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교육공무직은 교육부, 교육청, 학교관리자, 교사들의 활용 수단이 아니라 교육복지의 주체로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위한 공적 지원의 주체임을 교육당국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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