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사진=김종후 한국학교경영연구원 원장(사회복지학 박사)
사진=김종후 한국학교경영연구원 원장(사회복지학 박사)

[뉴스클레임]

사람들은 1등에게만 관심을 둔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보니, 누구나 1등이 되려고 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1등에게는 95%의 관심을 4등 이하는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1등주의는 세계사에서 유별나다. 처절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성의 결과가 1등주의다.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피폐되었던 나라, 그리고 제한된 자원에서 누가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느냐가 관심사였다. 물론 세계사에서 우리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었던 민족과 나라들도 있었겠지만, 한국인의 1등주의는 차원이 다르다. ‘1등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한국인의 생과 사를 가른 근본 원칙이었다. 

한국인의 1등주의는 목표지향성과 결합하여 강력한 성과를 창출했다. 특히 K팝, K드라마, K 영화, K예능 등 K컬쳐는 1등주의 산물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1등주의는 양날의 검이다. 1등주의는 장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다. 한국인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1등 지상주의 교육을 평생 받아왔다. 그 결과 공부선수양성이 학교 교육의 지상목표가 돼버렸다. 수단과 방법 등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1등주의를 몰아붙인 것이다. 

수년 전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사건이 사회를 뒤끓게 했다. 언론은 어머니라는 존속살해죄에 대해 고교생 개인의 일탈로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에 대한 방비책으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도 않았고, 한국인들의 뇌리에 그 사건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10년 넘게 살아온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한국을 숫자가 다스리는 나라’라고 경계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근본적인 인식을 ‘모든 것을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우려했다. 

1등주의의 부작용은 미국 정치 명문인 케네디 가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등주의는 케네디 가문의 교육이념이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케네디가의 비극은 1등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믿음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흔히 케네디가의 저주는 케네디 가문이 겪은 두 번의 암살과 다섯 번의 사고사, 자살 등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말한다. 쿠바위기의 영웅 JFK(존 피츠제랄드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는 유세 중 암살당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JFK와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도 역시 암살당했다. JFK 아들은 경비행기를 몰다가 추락사했다. 그 이전 케네디의 형은 2차 세계 대전시 전투기 폭발로 사망했다.

케네디가의 1등주의는 JFK의 조부인 2대 패트릭 조지프에서 시작된다. 그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서 받은 편견과 차별에 대한 보상심리로 후손들에게 항상 1등을 요구했다. ‘1등은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아일랜드 사람들끼리의 경쟁보다는 더 큰물에서 1등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자녀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데 앞장섰다. 덕분에 케네디 대통령의 부친인 조셉 케네디는 아일랜드계 최초로 하버드에 입학했다. 하버드에서 명문가 자녀들과 인맥을 쌓은 후, 졸업 후 3년 만에 은행장이 되어서 단숨에 미국 사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셉 케네디는 역시 ‘2등은 없다. 오직 1등만이 있다’라는 1등주의를 고수, 형제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쉼 없이 아들들을 성공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케네디 가문의 성공 이면에는 불법과 비인간성 공존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앓고 태어났던 셋째 딸 로즈마리 케네디의 케이스가 이에 해당된다.  그녀는 가문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염려, 그 존재가 철저히 숨겨졌다. 또한, 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리한 뇌수술로 상태가 더 악화되기도 했으며, 생애 대부분을 요양원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외에 JFK의 대통령과 마피아 유착설, 세계적인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불륜설 등은 일그러진 케네디 가문 1등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1등주의는 무한한 힘에 대한 욕망, 냉정한 현실에 대한 파괴적 충동을 부추겨 인간을 나락으로 이끄는 악마적인 힘이 있다. 파괴적 충동이란 과거의 성공과 성공방식에 대한 믿음 때문에 환경이 변해도 과거의 성공방식을 고집하다가 현실을 파괴하고자 하는 충동을 말한다.

1등주의자를 보면 전쟁터가 떠오른다.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 상황과 1등주의는 여러모로 닮았다. 전장에서 승자만 살아남듯이, 1등주의는 확장된 전쟁 개념이라는 생각이다. 전장이 물리적인 인간의 비인간성을 탐구하는 물리적 장소이듯이, 1등주의는 인간의 비인간성을 체득하는 심리적 장소이다.

그러나 전쟁 속에서도 사랑 우정 희망과 같은 감점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이어질 수 듯이, 1등주의가 범람하는 사회에서도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노력은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기적이 아니라, 늘상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 중 하나’가 되리라는 새로운 사유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가 승자 되는 교육의 이념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이끌 새로운 교육의 기치이자, 교육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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