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한 표라도 얻기 위해 개혁신당(이준석), 국힘 등에까지 호명되는 그 이름 이제 놔줘라

[뉴스클레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하면서 처음 올린 내용이 '대통령의 글쓰기'였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말로 가장 수난을 많이 당했던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허나 또 전문적인 글쟁이조차도 노무현의 글쓰기를 배울 정도로 글을 잘 쓴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할 때 자신이 공약에서 후퇴했음을 명확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재임기간 중에도 자신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 또는 변명에 나섰다. 그랬기에 노무현의 정책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사람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소통의 결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말을 많이 한 대통령이었고 말로 인한 수난도 많았던 대통령이다.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이었기에 서민들에게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났던 대통령으로 기억됐고 퇴임 후에도 국민들에게 사랑 받았다. 이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무엇이든 '틀'을 깬다는 것은 그 사회를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긍정은 이런 것이지, 정치적으로 그를 긍정할 수는 없다.
노무현 죽음 이후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수 많은 노무현의 남자들은 노무현이라는 인격을 절대적인 '선의 가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를 민주주의 그 자체로 만들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사건 앞에서 권력자이자 가해자였던 과거의 노무현은 지우고 악의 세계에 희생된 피해자로 그리면서 정치적 위기의 순간마다 민주당은 그를 소환했다.
허나 대통령 노무현은 자신도 인정했지만 그런 대통령은 아니었다. 예컨대 기업의 폭력적인 손배 가압류에 고통 받다 분신 자살한 노동자를 향해 "이제 분신으로 저항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냉소했던 대통령이었고, 대추리 사태 당시 광주항쟁 이후 최초로 군대를 민간인 진압에 투입했던 대통령이었고, 자국민의 목숨을 외면한 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 대통령이었다. 이런 노무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우고, 노무현이라는 인격체를 신격화 시켜 문재인이라는 낭만 대통령을 만들었지 않나? 그 결과가 윤석열 정권의 탄생이었다.
해서 민주당 인사들은 선거 때나 어떤 정치적 난관에 부딪칠 때면 봉하마을을 찾아 마치 '선과 악'의 싸움 혹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라는 이분법의 칼을 들고 노무현을 소환한다. 이런 형태는 거의 민주당 정권의 일상이 되었다. 이건 '노무현 트라우마'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죽음을 아파했던 국민들의 슬픔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짓이다.
정치는 어떤 한 개인을 낭만화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구하며 정당성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헌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 손에는 '노무현 죽음으로 생긴 절대선의 가치' 와 또 한 손에는 '국힘'이라는 절대악'만을 번갈아 내밀 뿐이다.
지금껏 민주당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이고, 어떤 개혁을 할 것인가… 즉 그들의 지향점이 전혀 없다.
이제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놔주고 민주당, 당신들 정치를 하시라.
그리고 정의당(민주노동당)도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는가? 왜 매번 노무현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의 정신을 기리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 등의 언술이 진정 마음에 와닿기 때문인가. 그럼 그 언술의 실현을 위해 정작 노무현 정권이 수행한 것은 무엇인가. 또 정치인 노무현이 자신이 말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걸었는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노무현 자신이 퇴임하면서 스스로 그런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의당(민주노동당)은 노무현이 말한 세상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노무현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런 사회는 이전에도, 지금 이 시간대에도 그리고 어쩜 그 어떤 앞날에도 오지 않을 사회다.
그것은 멈추지 않고 만들어가야 할 현재 - 미래의 사회, 굳이 말하자면 '코뮌사회'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민주당의 대통령이 내걸 수 있는 모토가 아니다. 예컨대 시장 안팎의 반칙과 탈법을 일삼는 삼성 등 재벌의 형태 하나 규율하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그런 사회를 조성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민주노동당은 이번 기회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민주당에, 그리고 그를 흠모하는 조국혁신당에, 심지어 선거 때만 되면 한 표라도 얻기 위해 거기에 올라타는 개혁신당, 등의 보수에 돌려줘라.
그리고 노무현이 정치적 언술로만 외쳤던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의 사회를 마음 설래며 받아들이고 함께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 즉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런저런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농업을 포기한 이 나라의 가난한 농민들, 젠더불평등에 시달리는 기층의 여성들, 자신의 존재조차도 마음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 죽거나 나쁘거나의 사회에서 취업경쟁에 내몰리는 청년들, 민족 - 인종적 차별을 받는 이주 노동자들의 마음과 함께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노무현의 이름은 이제 놔줘라… 그가 말했던 세상은 우리 모두가 멈추지 않고 만들어가야 할 '코뮌사회'에서 완성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