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작가 17년 기록의 귀환
흑산도의 풍경·억압·사람, 사진으로 ‘불편한 존재’를 소환하다
‘공간 풀숲’서 만나는 잊힌 역사와 삶의 단면

[뉴스클레임]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흑산, 멀고 짙고'가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간 풀숲’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의 배경이 되는 ‘흑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서해의 섬이다. 익히 알려졌듯이 흑산(黑山)은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모두 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7.2km 떨어진 이곳은 신라 덕흥왕 2년, 서기로 828년에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해상왕 장보고가 해상 무역을 왕성하게 벌이기도 하고, 백제의 한 왕자가 흑산도로 피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밖에도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유배 와 '자산어보'를 썼고, 구한말 위정척사파였던 유학자 최익현이 유배 생활을 했다는 기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노순택 작가는 흑산도에서 잊히거나 기억에서 의도적으로 잊힐 뻔한 사건들을, 사진을 통해 ‘소환’해 낸다. 1969년부터 벌어진 '공비소탕작전 또는 간첩 소탕 사건”이 그렇고, 1974년 김지하 시인이 유신 정권의 탄압 속에서 체포된 고난과 저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서의 흔적이 그렇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는 비정규직 열사 이용석의 동상도 보여주는데, 설명을 곁들여 더욱 풍성한 형태로 보여준다.
노순택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작업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것의 감동이나, 정화의 목적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고를 촉진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예술의 기능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너무 직설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불편함을 느낀 작업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생각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려 했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도 흑산도의 풍경과 더불어 주민들의 다양한 삶과 애환을 그의 깊은 시선으로 차분히 담고 있다. 특히 홍어잡이 배에 어민들과 나흘간 직접 동승해 촬영한 사진은 작가의 체험과 감정이 뒤섞여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박진감 있다.
노순택 작가는 2004년 '분단의 향기'를 시작으로 '얄읏한 공', '비상국가', '붉은 틀', '좋은살인' 등 국내외 많은 개인전과 사진집을 펴냈다. 한국 사진작가로,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과 동강사진상, 구본주예술상을 받았다. 이번 흑산군도는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작업한 결과로 전시장 ‘공간풀숲’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3가길에 있으며, 재단법인 ‘숲과 나눔’이 만든 환경사진 갤러리로 1층에 갤러리가 있어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