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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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라 때 어떤 장사꾼이 술을 빚어서 팔고 있었다. 술맛이 기막혔고, 물을 섞어서 함량을 속이지도 않았다. 손님에게는 친절했다. ‘간판’인 깃발도 높이 세워서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장사가 잘 되어야 정상일 것이었다. 그러나 손님이 오지 않았다. 정성껏 빚은 술은 번번이 쉬고 말았다.

답답해진 장사꾼이 평소에 알고 지내는 양천이라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다. 양천은 한마디로 말했다.

“자네 집에서 키우는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이야.”

엉뚱한 대답이었다. 장사꾼은 알쏭달쏭했다. 도대체 개와 술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손님들이 개를 무서워하거든. 사나운 개가 손님에게 달려들고, 심부름하는 아이를 무는데 어떻게 술이 팔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술이 상해서 버릴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한비자에 나오는 ‘구맹주산(狗猛酒酸)’이야기다. ‘개가 사나워서 술이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는 충성심이 대단한 짐승이다. 주인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자식은 엄마가 못생겨도 미워하지 않고(兒不嫌母醜), 개는 주인이 가난해도 싫어하지 않는다(犬不嫌主貧)”는 말도 있다.

지금 선거판에도 또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개싸움’이다.

고 의원이 “이렇게 많은 반려동물이 지지표명을 해줬다”며 흰둥이, 밀크, 뭉치 등 반려동물 60마리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우리는 자영업자, 은퇴계층, 학생, 가정주부 등의 유권자에게는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물에게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꼬집고 있었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은 지시할 계획이 없다”며 “컨셉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개싸움’이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의 ‘개 사과’를 가지고 이미 한판 싸움이 있었다. “전두환도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에 대한 사과를 했는데, 윤 후보 측이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리면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윤 후보의 ‘식용 개’ 발언을 가지고도 입씨름이었다. “개를 식용과 비식용으로 구분하는 모습이 더 충격적이다”, “개와 함께 있는 사진만 올리지 말고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 비전을 밝히라”, “사람으로 치면 인종차별과 유사하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살아 있는 개가 아닌 ‘로봇 개’를 놓고도 삿대질이었다. 이 후보가 ‘사족보행 로봇’을 넘어뜨린 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로봇 학대다”, “인성을 드러낸 것이다”는 등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공격이 심해지면서 외국 연구원이 로봇을 발로 차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로봇 성능 테스트는 원래 이런 것”이라는 반박이었다.

한비자의 ‘구맹주산’은 개가 장사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개가 얼마나 표에 도움이 될 것인지. 대선 후보들은 ‘반려동물 공약’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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