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젊었을 때 모닝 포스트지 종군기자로 ‘보어전쟁’을 취재하다가 ‘포로’로 잡힌 적 있었다.
처칠은 어떤 학교의 건물에 갇혔다가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현상수배 전단이 붙었다.
“영국인. 25세. 신장 170cm 정도. 고양이처럼 구부정하게 걷는 게 특징. 안색이 좋지 않고 머리카락은 갈색이며, 눈여겨봐야 알 수 있는 염소수염이 달려 있음. 코 먹은 소리로 S자 발음을 잘못함. 이 영국인을 끌고 오는 사람에게는 25파운드의 상금을 줌. 단, 시체를 끌고 와도 좋음.”
처칠의 ‘구사일생’은 영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하원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다.
처칠은 그 현상수배 전단을 늙을 때까지 보관하면서 가끔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의 몸값이 겨우 25파운드밖에 안 된단 말인가” 하면서 껄껄댔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로마의 권력자 시저의 몸값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시저도 젊은 시절 해적에게 붙들린 적 있었다. 해적들은 시저의 몸값을 20달란트로 정했다. 20달란트는 전함 한 척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고 한다. 당시 해적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납치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저는 “내 몸값은 적어도 그 두 배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해적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시저는 몸값을 내고 풀러난 후 군사를 양성, 해적을 소탕했다. 해적 때문에 깎인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었다. 몸값에 대한 시저의 생각은 어쩌면 처칠과 ‘닮은꼴’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몸값’이 붙고 있다.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사업가가 푸틴의 목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약 12억 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코나니힌(55)이라는 이 사업가는 ‘전범’인 푸틴을 체포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며 “생사와 관계없이 잡아오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시체를 끌고 와도 좋다”던 처칠의 수배 전단과 또 ‘닮은꼴’이다.
‘전범’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군인에게 742만 루블(763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여전히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그 ‘군사작전’에 동원되었다가 헛되게 목숨을 잃었을 경우 몸값이 이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도 푸틴은 ‘개죽음’이 아닌 ‘전사’라고 주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