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뉴스클레임] 2022년 9월 14일 밤 9시, 미리 준비한 칼로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청계천 인근에서 걸어 15분 거리 전철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신당역은 6호선과 2호선이 맞물려 내부에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큰 역이다. 필자는 6호선을 이용해 신당역으로 향했다. 역무원에게 물어 2호선 방향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이동해 추모 장소에 도착했다. 화장실 앞이었다. 범인은 이곳에서 1시간 10분간 대기하다가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일행은 노란 쪽지에 무언가를 남기고 눈시울을 붉혔다. 차마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엄숙한 시간이었다. 신당역 바깥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가해자는 면식이 있는 남성으로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법정에 구속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살인의 계기는 ‘법정구속’이었다. 원한으로 인한 계획 살인이다.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가 피해자가 살았던 거주지까지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몇 시간 전 피해자로 착각하고 한 젊은 여성을 마치 먹이를 쫓듯 미행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는 소식도 주말에 들려 온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9월 18일에도 추모 장소로 향했다. 지하철 2호 신당역에 붙어 있는 누군가 써 놓은 ‘대자보’가 눈길을 끈다. “왜 원한을 가해 남성이 갖는가? 스토킹으로 인한 위협과 피해를 받은 것은 죽은 피해자다. ‘스토킹 처벌법 가해자를 법정구속까지 했는데 계속 뒤쫓아오는 가해자를 끊지 못하고 끝내 살인까지 당한 피해자가 원한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노의 심정을 빼곡히 적어 놓았다. 법정구속을 계기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것은 결국 가해 남성의 졸렬한 인식과 그 인식을 만든 여성혐오 사회를 보여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에는 신당역 안 화장실과 신당역 바깥 추모 장소를 서성이며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켜니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국내에서 살인미수·예비 포함한 사건 중 37.5%가 살해 전 스토킹이 있었다는 연구보고서다.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 범행을 계획한 비율은 63.5%로, 비 스토킹 살해 사건 21.4%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내용이다. 다시 확인되는 것은 “스토킹 범죄와 같은 사건의 초기 대응 시 가해자 분리와 피해자 보호조치 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글은 지난 8월 김성희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교정연구’ 발표한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 헤어진 파트너 대상 스토킹을 중심으로’의 실린 내용이다. 

늦더위와 함께 주말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누군가에게 분노하고, 질투하고, 혐오하는 세상’과 함께 어둠이 짙어지고 있다. “너무 많은 내가 죽어서 더 이상 죽을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나는 또 한 번 죽었다. 막을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붙여놓은 노란색 메모장이 기억에 어른거린다. 이렇게 세상은 ‘소 읽고 외양간 고치듯’ 사건이 터지고 목소리가 높아야 해석과 실마리가 잡힌다. 하지만 6년 전 강남역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였었는데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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