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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서울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층건물이었다.

이 고층건물이 들어설 때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풍수’ 때문이었다.

풍수설로 볼 때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세는 ‘양’에 속한다고 했다. 산이 적으면 ‘음’이었다. 건물의 경우도 높은 게 ‘양’, 낮으면 ‘음’이었다.

그리고 ‘양’은 ‘양’끼리, ‘음’은 ‘음’끼리 상충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세에 높은 건물을 지으면 국운이 쇠퇴할 우려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건물을 가급적 낮게 지었다. 궁궐 건물마저 그다지 높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명동성당을 둘러싼 해프닝도 있었다. 세도가 조병식(趙秉式)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공사현장에 들이닥친 것이다.

조병식은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 근거도 제시하고 있었다. 서울의 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였다. 지도에는 명동성당 자리를 파거나 깎으면 안 된다는 글이 명시되어 있었다.

성당 측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 글은 조병식이 지도에 슬쩍 적어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해프닝 끝에 공사가 계속될 수 있었다.

우리가 건물을 낮게 지은 이유는 더 있었다. ‘검소’ 때문이다. 건축자재인 나무를 아끼기 위해 건물을 아담하게 지은 것이다.

거창한 건물이 들어서면 ‘탐풍(貪風)’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 초 선비 성현(成俔)은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이렇게 지적하기도 했다.

“…공․․ 사의 집을 높고 크게 얽으니 재목이 귀해졌다. 깊은 산 외딴 골짜기의 것까지 모두 베어내니 강을 따라 뗏목을 띄우는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세상의 도리가 변한다고는 하나 태평스러운 세상에 예를 꾸미는 것만을 번거롭게 하는 데에만 힘쓴 소치다.”

서울시가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최고 높이 ‘35층 제한 규제’를 9년 만에 폐지했다는 소식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이다. 이에 따라 50∼6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규제가 없어지면서 재건축되는 아파트도 하늘을 찌를 전망이다. 여의도에는 최고 65층 재건축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스카이라인’도 화려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라고 했다. 멋진 스카이라인은 오세훈 시장의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시민에게는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추억’을 잃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다. 이미 그런 사례도 있었다. ‘피맛골 재개발’이 그랬다.

피맛골을 재개발할 때 “도심의 명소를 생각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내외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까지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피맛골의 일부 구간을 ‘수복 재개발 구간’으로 지정, ‘옛 멋’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피맛골은 ‘별로’다. ‘옛 멋’을 구경하기 힘들다. 예전 같은 피맛골이 아닌 것이다.

그 바람에 소시민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빈대떡을 아끼려고 조금씩 뜯어먹던 ‘추억’도 돌이키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 상실감은 어쩌면 오 시장의 치적과 반비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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